룩슨 황정섭ㆍ최혜옥ㆍ서웅진

“지금 국산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외산 게임에 밀려났습니다. 가상현실(VR) 게임을 개발해 한국 게임이 다시 세계 1위를 탈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올림픽 출전 선수처럼 비장한 각오를 던진 황정섭(35) 대표는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의 사내 벤처 지원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신생(스타트업) 기업 룩슨을 이끌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초기 1년간 운영 자금을 회사에서 지원하며 실패해도 문책하지 않고 직원들이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에서 화면이 스피커 역할을 하는 크리티컬 사운드 유기발광다이오드(CSO)라는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는 평소 마음이 맞았던 동료 2명을 룩슨에 끌어 들였다. 미래기술 전담팀에서 소재 연구를 하던 최혜옥(30) 선임과 화질 개발실에서 화질 평가를 담당한 서웅진(32) 선임 등 3명이 룩슨의 전체 직원이다.

LG디스플레이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룩슨의 서웅진(왼쪽부터) 선임과 황정섭 대표, 최혜옥 선임이 VR게임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어려서부터 게임 개발이 꿈이었던 황 대표는 대학원에서 게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유명 게임 개발사에 합격했지만 단순 하청업자처럼 일하는 개발자들을 보고 너무 좁은 영역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화학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최 선임은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평소 방 탈출 게임을 좋아해 방 탈출 카페에 자주 다녀서 합류하게 됐다”며 “앞으로 교육용 게임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서 선임은 “원래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여서 돈 많이 버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이들이 미래를 겨냥해 9월에 완성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제목의 게임은 갇혀 있는 공간에서 단서를 찾아 빠져 나오는 방 탈출 게임을 VR로 옮겼다. 가까운 미래에 주인공 로봇이 손을 자유롭게 바꿔 끼우며 단서를 찾아 방을 빠져나가는 내용이다. 황 대표는 “인터넷에서 게임을 내려 받는 사이트인 스팀을 통해 무료로 배포한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전체 기획을 맡았고 최 선임이 그래픽 및 해외 현지화 작업, 서 선임이 개발을 맡았다. 최 선임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외국인도 즐길 수 있도록 우리말 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로 음성을 녹음하고 자막을 넣었다”고 말했다.

룩슨이 VR 게임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잡은 이유는 LG디스플레이에 축적된 VR 경험과 기술 때문이다. 황 대표는 “10년치 이상의 VR 개발 경험이 쌓여 있어서 눈에 잘 보이도록 최적화된 글자 크기와 멀미가 나지 않게 만드는 방법 등을 잘 알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게임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들은 27일에 LG디스플레이의 내부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 LG디스플레이에서 지분투자를 해 분사하게 된다”며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룩슨은 VR 게임이 LG디스플레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에서 VR과 증강현실(AR) 헤드세트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만든 VR 게임이 LG디스플레이 헤드세트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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