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남도바닷길 순천 늦가을 여행
단풍 끝나면 억새와 갈대의 계절이다. 순천만습지는 대한민국 대표 갈대 군락지다. 여수와 고흥 사이 항아리 모양으로 둘러싸인 여자만 북동쪽에 드넓게 갯벌이 형성돼 있고, 그 위에 융단처럼 갈대가 덮여 있다. 순천만습지는 철새와 갯벌 생물이 서식하기 좋은 자연 조건을 두루 갖춰 국내 연안 습지 중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 습지에 이름을 올렸다.
순천만습지는 두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우선 갈대밭 입구에서 배를 타고 S자 물길로 이동하면 생생하게 습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순천만에는 겨울마다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100여종의 철새가 찾아 온다. 전 세계에 1만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는 순천만의 상징이다. 매해 찾아오는 개체수가 늘어 올해는 이미 1,000마리 정도가 순천만에 안착했다. 주로 가족 단위인 두세 마리가 무리 지어 이동하지만, 이따금씩 수십 마리가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흑두루미보다 작은 새들이 수백 마리씩 군무를 펼치는 모습도 장관이다. 생태체험선은 해가 뜬 후부터 일몰까지 수시로 운행한다. 왕복 6km, 약 30분이 소요되고 요금은 성인 기준 7,000원이다.
가장 대중적인 방식은 갈대밭 산책이다. 갈대밭 사이사이에 여러 갈래로 조성한 목재 탐방로를 걷는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은빛 물결이 일렁인다. 잎을 비비며 서걱거리는 소리에 여행객의 가슴도 울렁거린다. 짧아진 햇빛이 사선으로 비칠 때면 갈대 꽃(실제는 털 달린 열매)도 눈이 부시다. 습지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용산 전망대까지는 1.3km 산책로가 이어진다. 왕복 40분가량 걸린다. 제법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다리를 놓고 왕골을 깔아 걷기에 무난하다. 전망대에서 보는 순천만습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갈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서식물이 갯벌에 원을 그리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휘감아 도는 물길이 신비롭고도 평온하다. 일몰 시간에 맞추면 더욱 황홀하다.
순천만에서 용산 전망대 못지않게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 와온해변이다. 순천만습지 주차장에서 찻길로 약 15km 떨어져 있다.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되고, 해변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일몰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곳에서 일몰은 해가 진 후에도 한참 동안 계속된다. 바다 끝 얕은 산자락으로 해가 넘어가면 바지락과 꼬막 그득한 갯벌을 노을이 붉게 물들인다. 어둠이 내릴 때까지 잔상이 오래도록 남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풍경이 오히려 시심을 자극한다. 곽재구 시인은 ‘와온 바다’에서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라고 했고, 순천 출신 서정춘 시인은 ‘누울 와臥 따스 온溫, 갯물은 덮어 주고, 갯벌은 품어 주고’라며 와온해변의 푸근함을 노래했다.
◇선을 넘으면 더 풍성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경계를 넘으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순천만습지와 와온해변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테마여행 10선’ 중 남도바닷길 코스에 포함된다. 남도바닷길은 전남 해안 4개 시군의 주요 관광지를 연결한다. 윤동주 유고 보존지인 광양의 망덕포구와 구봉산전망대, 여수 향일암과 진남관ㆍ엑스포공원, 보성의 태백산맥 문학거리와 대한다원 녹차밭 등을 품고 있다.
남도바닷길 외에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는 드라마틱강원여행(평창ㆍ강릉ㆍ속초ㆍ정선), 중부내륙힐링여행(단양ㆍ제천ㆍ충주ㆍ영월), 선비이야기여행(대구ㆍ안동ㆍ영주ㆍ문경), 해돋이역사기행(울산ㆍ경주ㆍ포항), 남쪽빛감성여행(부산ㆍ거제ㆍ통영ㆍ남해), 남도맛기행(광주ㆍ목포ㆍ담양ㆍ나주), 시간여행101(전주ㆍ군산ㆍ부안ㆍ고창), 위대한금강역사여행(대전ㆍ공주ㆍ부여ㆍ익산), 평화역사이야기여행(인천ㆍ파주ㆍ수원ㆍ화성)이 올라 있다. 정부는 2021년까지 연계 교통망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해당 지역을 체류형 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순천=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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