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자비란 없다” 관리지침 내부문건 폭로… 中 외교부 “조작된 문건” 
지난해 12월 촬영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 대상 재교육 센터 전경. 중국 정부는 ‘직업훈련시설’이라는 입장이지만,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이 강제로 수용돼 있는 인권탄압의 현장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장 지역에는 이런 수용소가 500곳 이상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공산당의 신장(新疆) 위구르족 탄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폭로한 미국 언론의 보도가 국제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곧바로 “조작된 문건” “사실 왜곡이자 모욕, 음해”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다소 이례적으로 보일 만큼, 원색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중국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 정부를 분노케 한 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거주하는 무슬림 소수민족 위구르족 등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지침서’를 중국 관료로부터 입수했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현재 위구르 자치구에는 강제수용소 500여곳이 세워져 있고,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100만명 이상이 구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줄곧 “직업훈련센터일 뿐”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으나, 문제의 문건을 살펴본 결과 강제수용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총 403쪽, 24개 주제의 문서들로 구성됐다. 여기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른 지도자들의 연설 내용,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을 구금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소수민족 유학생의 의문을 잠재우는 방안 등이 매우 상세하게 적혀 있다. 소수민족 인권보다는 ‘통제’를 중시하는 중국 정부의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 2014년 쿤밍 무차별 테러 사건 등 신장에서 유혈사태가 잇따르자 이 지역을 방문한 시 주석은 지역 경찰대에 “우리는 그들처럼 가혹해야 한다. 절대 자비를 베풀지 말라”면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런 발언은 관영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를 바이러스와 마약에 비유하며 “(해결을 위해선) 고통스럽고 외부에서 개입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무관용’ 대응 방침을 지시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공부한 위그르족 유학생이 신장으로 돌아와 사라진 가족의 행방을 물을 경우, 관리자의 대처 방법도 나와 있다. “너희 가족은 이슬람 극단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해 주라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원하면 화상을 통한 면회가 가능하다”고 말하라는 방침도 있다. 일종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 셈인데, 학생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유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공유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경고까지 담겨 있다. 문건은 “(중국의 SNS인) 위챗, 웨이보 등에 잘못된 의견이 나오는 순간, 그 영향이 광범위해지고 근절되기도 어렵다”고 구체적인 설명도 제시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2017년쯤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이른바 ‘직업훈련소’의 진짜 실체는 소수민족 구금ㆍ관리를 위한 수용시설이라는 게 NYT의 결론이다. 온건한 명칭을 붙였을 뿐, 관리들의 말과 명령이 ‘강압적인 통제의 성격’을 확인시켜 준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NYT는 사실에 눈과 귀를 막고, 교묘한 수단과 본의와는 다르게 문장을 재단하는 졸렬한 방식으로 소위 내부 문건이라 불리는 문서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의 신장 반(反)테러, 극단주의 척결 노력을 모욕하고 음해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어 겅 대변인은 “우리의 신장 정책을 실현하고, 신장의 번영과 안정, 민족 단결, 사화 화합을 유지해 나가는 게 최선의 반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장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 신장 문제는 종교와 민족, 인권 문제가 아니라 반테러와 반분열주의의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탄압 의혹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를 ‘내정간섭’이라는 한마디로 되받아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종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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