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사건 피고인 고유정(36)에 대한 결심공판이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 2일로 연기됐다. 고씨가 “검사가 무섭다”며 진술을 거부해 재판이 한차례 휴정됐고, 고씨 변호인이 재판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결심공판을 미뤄달라는 요구를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고씨에 대한 7차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고씨를 상대로 한 검찰 및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과 고씨의 형량에 대해 검찰이 의견을 밝히는 구형을 포함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씨 변호인측이 의붓아들 살인사건 병합을 고려하다 보니 피고인 신문과 최후진술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밝혀, 결국 검찰의 피고인 신문만 진행됐다.
이날 증인석에 앉은 고씨를 향해 검찰측이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 과정에 대해 상세히 진술해달라고 질문하자, 고씨는 울음을 터트리며 진술을 거부했다.
고씨는 “검사님이 무서워서 진술을 못하겠다. 아들이랑 함께 있는 공간에서, 불쌍한 내 새끼가 있는 공간에서 어떻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저를 여론몰이 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 재판부를 믿을 수밖에 없다. 모든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이 고씨와 대화를 요구하자, 재판부는 20분간 휴정 후 재판을 다시 진행했다. 증인석으로 돌아온 고씨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응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도 고씨는 여전히 성폭행을 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했지만, 중간 중간 진술을 거부하거나 횡설수설 답변하는 태도를 보였다.
재개된 신문에서 고씨는 성폭행하려는 전 남편 강모(36)씨에게서 흉기를 빼앗아 한차례 찔렀다는 진술을 하면서 성폭행 당하는 과정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전 남편이 갖고 있던 흉기를 자신이 다시 빼앗아 찌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정신이 없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고씨는 또 이날 신문에서 “칼에 찔린 전 남편이 흉기를 들고 아들이 있는 방에 들어가려 해 막아서면서 몸싸움을 벌였다”고 새로운 내용을 처음으로 진술했다. 중요한 범행동기 중 하나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동안 고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는 함구하다 이날 법정에서 처음 진술했다.
이에 검찰이 “사소한 문제가 아닌데 왜 이제까지 진술하지 않았느냐”며 따졌고, 고씨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윽박지르지 말라고 항의하는 등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고씨는 “기억에 남아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고씨는 또 전 남편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는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일 재차 결심공판을 열어 검찰측 구형과 고씨의 최후진술 등을 듣기로 했다. 재판부는 또 의붓아들 사건과 전 남편 살인사건 병합 여부는 주요 쟁점과 재판 소요시간, 유족 입장 등을 고려해 조속한 시간 내에 결정키로 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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