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가운데)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앱 요기요 라이더 근로자성 인정 판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오토바이 배달원(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노조 설립을 승인했다. 배달 플랫폼 소속 배달원들을 노조 설립을 할 수 있는 노동자로 본 첫 사례다. 현행 노동관계법은 배달원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데, 서울시가 노조 설립의 문을 열어준 사례여서 향후 이들의 노동권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18일 라이더유니온에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했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관계법 제10조)에 따르면 노조 결성 시 고용노동부와 관할관서에 신고한 뒤 인가를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고용부의 권한을 위임 받아 노조 설립 인가 업무를 맡고 있는데,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15일 서울시에 노조 설립 인가 신청서를 냈다.

서울시는 특수고용직인 배달원을 ‘노조 설립이 가능한 노동자’로 봤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배달원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등으로 분류돼 노동관계법의 ‘노동 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2017년 고용노동부가 택배기사들의 노조 설립을 승인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배달대행앱 노동자를 택배원과 같은 특수고용직으로 보고 전속성을 인정해 업무상재해 인정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며 “법률자문을 거쳐 라이더유니온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서 대리운전ㆍ퀵서비스ㆍ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해 노조설립 신고 필증도 교부한 바 있다.

‘법외노조’였던 라이더유니온은 서울시의 결정으로 출범 6개월 만에 정식 노조로 인정받게 됐다. 다만 서울시의 노조 설립 인가 효력은 서울지역 내 활동에 한정되기 때문에 전국 조직으로 확대되려면 고용부의 설립 인가를 받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서 관련법 개정안에서 특수고용직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담은 내용은 제외했다”며 “고용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 반려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서울시에 먼저 설립 신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 결정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고용부도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실질적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음식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의 시장이 커지면서 플랫폼 종사자와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15일 택배기사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단결권 허용은 국제적인 추세”라며 “특수고용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긴 어렵더라도, 이들이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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