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활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내달 1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영국 조기 총선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권여당(보수당)의 기후변화 정책이 거둔 성적표가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당장 제1야당인 노동당은 ‘녹색 산업혁명’을 주장하며 보수당을 향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기후변화 분야의 주요 과학자와 전직 관리들이 현 정부를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미국 우파 정치인들의 복사판인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이 고의적으로 환경 보호 정책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4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행보를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총리가 뒤따르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수당의 이런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예컨대 화석연료의 대안인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루크 클라크 재생에너지산업무역협회 홍보실장은 “지난 5년간 정부는 재생에너지프로젝트 경쟁시장에서 육상 풍력과 태양광을 배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육상풍력 발전량은 전년 대비 80%나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수당 내 기후변화위원회조차 “2023년부터는 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이루지 못할 공산이 크다. 연간 200㎢ 면적의 나무 심기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특히 기후변화 관련 TV 토론 참가를 거부한 유일한 정당 지도자가 존슨 총리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까지 정부 고문으로 일했던 과학자 데이비드 킹은 “보수당의 기후위기 대처에는 10점 만점에 3~4점만 주겠다”며 “당 지도부가 아예 관심이 없다”고 성토했다.

노동당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대표는 “보수당의 환경 정책은 신뢰할 수가 없다. 이번 총선은 죽어가는 행성의 위협에 맞설 마지막 기회이며, 우리는 낭비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보수당 반대로 무산된 정책을 시행하면 2030년까지 매년 7,000만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도 제시한 상태다. 가디언은 “기후 위기가 이번 선거의 핵심 전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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