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를 누더기로” 비판… 민주당 초선 3번째 불출마 밝혀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똑같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주52시간 근로제 보완책 마련에 대해 “내년 총선 표에 눈이 먼 것”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보완책 마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인정 등의 노동 이슈를 두고 청와대와 노동계가 대치하는 상황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이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앞선 6일 블로그에 올린 글이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그는 블로그에서 “우리편이라고 믿었던 (문재인) 정부가 2년도 안 돼 주 52시간 근로제를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에 노동자를 위한 정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고 소속 정당(민주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지만 제 평생의 신념이자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노동회의소 도입은 아직도 요원하다”며 “현재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회의소는 다양한 상공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노동자 이해관계 대변기구다.
이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주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2년도 안된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자고 얘기하냐”며 “주 52시간으로 중소영세 사업자들의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종합대책기구를 만들어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들이 어렵다고 하니까 얼마 안 되는 노동 정책마저 누더기를 만드는 게 정치인가”라며 “당나귀를 팔러 가는 부자(父子) 우화처럼 사람들이 수근수근 대니 당나귀에 아버지가 탔다가 내리고, 아들이 탔다가 내리고, 둘이 함께 탔다가 내리는 꼴”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노동분야 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똑같다”며 “정치에서 노동 부분의 발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노동회의소 설치를 공약으로 했는데 한 번도 직접 얘기한 적이 없다”며 “국정과제에서도 노동회의소를 검토한적이 없다. 노동회의소가 뭔지도 모르고 공약에 넣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최저임금 공약 철회, 주52시간 근로제 보완책 마련 등 여권의 핵심 노동공약이 흔들리는 데 대해 “내년 총선 표에 눈이 가려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가 노사관계를 표로 보고 있다”며 “노동에 대한 천박한 접근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노동정책에 대해 당 지도부와 상의했는지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하려면 최소 1시간은 필요한데, 정치인들은 3분도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철희ㆍ표창원 등 3명으로 늘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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