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계도기간을 충분히 줘서 이 기간 위법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업무량 급증 같은 경영상 이유 발생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요건을 완화한게 핵심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업 규모별로 계도기간을 최소 9개월에서 최대 1년6개월까지 부여할 방침이다.
근로자 50~299인 규모 중소기업들이 입법 미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던 상황을 피하게 된 건 다행한 일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 사업장들을 조사한 결과, 연말까지 주 52시간 적용 준비가 어렵다고 답한 기업이 51.7%나 됐다.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52시간제 적용 시 일감이 있어도 작업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은 약 24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정부는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 허용 한도를 한시적으로 20%가량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 고용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보완책은 자칫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할 수 있어 한시적 운영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대기업에서 이미 시행 중인 주 52시간제 적용을 전체 일자리의 90%가 몰린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연기한다면 가뜩이나 심각한 일자리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 2위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정착은 필요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이미 중소기업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 지난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경사노위 합의를 무시한 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현재 1개월인 선택근로제 산정 기간을 3개월로 늘려야 한다며 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다. 1일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는 선택근로제 산정 기간 연장은 정보기술(IT) 업계에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어렵게 도출한 노사 합의를 무시해서는 결코 주 52시간제 정착은 이룰 수 없다. 과로사회 탈피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사노위 합의를 토대로 신속히 법을 개정한 뒤 추후 노동계와의 논의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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