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에 절친 기용한 폼페이오, 의회 증언 직원 보호엔 소극적
에스퍼 국방, 내부 고발 장교에 “보복 두려워 말라” 힘 실어줘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속도를 냄에 따라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 관리들에게까지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집단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1986년 졸업생들, 이른바 ‘웨스트포인트 86사단’이다.
이들이 과연 엘리트 군인출신으로 정직을 강조한 사관학교의 규율에 따라 탄핵 조사에 나서 솔직한 증언을 해 국가에 충성할 것인지, 아니면 요직에 앉혀준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에 맞춰 증언해 그에게 충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사실상 이들 ‘웨스트포인트 86사단’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트럼프 대통령의 명운이 달렸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웨스트포인트 마피아(행정부 내 웨스트포인트 1986년 졸업생 사단ㆍWest Point class of 86)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시험받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 외교ㆍ안보 분야 요직을 장악한 1986년 졸업생 사단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배출한 1915년 졸업생 이후 웨스트포인트 최고의 ‘황금라인’으로 꼽힌다. 폴리티코는 “군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고, 소수의 측근들과 제한적으로 소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덕분”이라고 이들의 부상 배경을 설명했다.
’86사단’ 전면에 선 인물은 수석졸업생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취임 후 그는 절친인 울리히 브레히뷜 국무부 고문과 브라이언 불라타오 국무부 차관을 양 옆에 앉혀 동문들로 ‘폼페이오 사단’을 꾸렸다. 그 외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들과 웨스트포인트 동기다. 역시 86년 졸업생으로 워싱턴 정가의 유명 로비스트인 데이비드 어번이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을 맡아 이들의 중용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포인트는 미 대학 중 최초로 동기 졸업생 반지 제도를 도입했을 정도로 동문 간 끈끈한 정을 자랑하지만, 최근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86사단’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1년 후배인 프레드 웰먼 전 중령은 모교의 사관생도 규율을 들어 “행정부에서 일하는 생도 출신들의 행보에 좌절감이 든다”며 “핑계와 회피, 절차를 앞세워 유죄를 숨겨주는 것은 웨스트포인트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상반된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불리한 증언을 내놓은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을 비난하고, 지지자들의 공격이 이어지자 에스퍼 장관은 “빈드먼을 포함한 어떤 내부 고발자도 보복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의회 증언에 나선 국무부 직원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내부 신뢰를 잃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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