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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처증이 있던 A씨는 아내 B씨가 바람을 핀다고 생각하며 시비를 걸곤 했다. 부부는 서로를 향해 ‘죽이겠다’는 등 폭언을 하며 지난 2016년부터 1년이 넘도록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부부싸움을 했다. 부모가 상대방을 격하게 비난할 때마다 아빠의 주먹이 엄마의 몸으로 날아들 때마다, 여섯 살 난 아들 C군은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주민의 신고로 법정에 선 A씨에게 법원은 지난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심하게 다툰 것이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 판단한 것이다.

아동학대라 하면 우리사회는 흔히 신체적 학대를 떠올린다. 부모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등의 극단적 사례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아동학대 사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다. 18일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2만4,604건의 학대 중 정서학대가 5,862건(23.8%)으로 단일학대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체학대는 3,436건(14.0%)으로 두번째였다.

특히 A씨 부부처럼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등 정신적 충격을 주는 행위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쉽게 간과되곤 한다. 아동을 향해 직접 폭언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다. 하지만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을 향한 ‘적대적ㆍ경멸적 언어폭력’은 물론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 등 직접적이지 않은 폭력도 정서학대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법원은 자녀 앞에서 ‘엄마, 죽을까’라고 자신을 탓한 여성의 정서적 학대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아동 앞에서 부부싸움하는 빈도 그래픽=박구원기자/2019-11-18

부부싸움 등 가정 내 불화에서 시작되는 정서적 학대는 아동이 성장해서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차주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연구원은 “자녀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부적절한 문제해결방식을 배우기 때문에 향후 대인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 6월에는 “분유와 기저귀를 살 돈이 없다”며 싸우던 부부가 옆에서 칭얼대는 두살배기 아이의 얼굴과 배 부위 등을 때리며 화풀이를 하다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정서ㆍ신체 중복학대는 지난해 9,376건(38.1%)에 달했다.

경찰도 지난 5월 새로 배포한 ‘아동학대 수사업무 매뉴얼’에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학대 유형으로 ‘아이가 보는 앞에서 심한 부부싸움’을 명시하는 등 정서적 학대에 대한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회적 인식의 벽에 부딪혀 개입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지역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의 부부싸움이 노출돼 방문해도 아이가 원하지 않는 이상 개입하기 쉽지 않은데다, 부모 상담을 하려 해도 ‘사생활’이라며 거부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여전히 부모 중 72.3%가 자녀에 싸우는 모습을 노출한다고 답했다. 이정념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정서적 학대는 그 영향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지만, 우리사회와 법원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피해만을 따져 이를 신체적 학대보다 가벼운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정서적 학대 예방에 힘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전공 교수는 “부부싸움을 비롯한 정서적 학대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주변인은 물론 신고의무자조차 이것을 심각한 폭력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부모교육 강화 등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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