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에 관한 핵심 쟁점. 그래픽=박구원 기자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교훈으로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 논의가 탄력받고 있다. 제2의 DLF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은 연내 제정을 고대하고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도입, 금융사의 결백 입증책임 부여라는 3대 쟁점이 법안의 국회 통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금소법 법안은 모두 11건으로, 의원안과 정부안을 막론하고 금융사 영업행위 규제 강화 및 소비자 권리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금소법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 처음 제정 논의가 이뤄진 뒤 18~20대 국회에 걸쳐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금소법 제정은 금융당국의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가운데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시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치 등은 금소법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DLF 사태 해결의 본질은 소비자 보호”라며 “금소법이 연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DLF 사태의 여파로 금소법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관련 법안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그러나 법안에 포함될 세부 규제 사항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이날 법안소위 통과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표적 쟁점 중 하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여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악의적ㆍ반사회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금융사에 최대한 자율을 부여하되 이에 대한 무한책임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재 방식인 과태료나 과징금은 소비자 구제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찬성 근거다. 반대편에선 “민ㆍ형사 책임을 구분하는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실시한 금융사의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거란 우려도 있다.

집단소송제는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일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으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같은 피해를 본 이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제도다. 찬성하는 쪽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해구제를 들고 있지만, 반대하는 쪽은 소송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치는 건 소송법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피해자가 금융사의 위법사실을 밝히는 대신, 금융사 스스로 위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을 부여하는 입증책임 전환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금융사에 비해 열세인 소비자가 위법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원고가 위법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소송법 원칙과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국회 회기를 절호의 금소법 제정 기회로 보고 신속한 법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쟁점들에 대해 각 의원을 방문해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며 “(오는 21일 열리는) 다음 법안소위 때는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신속히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금소법 처리의 공감대가 이뤄져 있지만, 여야 이견 탓에 자꾸 차기 회의로 밀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쟁점이 되는 제도들은 제한적이나마 다른 법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어 금소법에 도입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금융사가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으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3가지 제도가 꼭 금소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