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기 취약’ 한국 클래식 약점 넘어… 21일 준우승 후 첫 독주회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9월 독일 ARD 국제 콩쿠르 준우승 소식을 알린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자신의 악기를 가슴으로 당겨 안으며 웃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손에 쥔 악기를 가슴으로 당겨 안으며 웃는 스물 셋 청년의 눈가에 단단함이 비쳤다. “다른 연주자들의 실력이 출중해 이번 콩쿠르 입상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겸손함에는 진솔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11세 데뷔 직후부터 따라 붙었던 신동이라는 평가부터 독일 최고 권위 ARD 국제 콩쿠르 준우승까지, 주변의 치켜세움이 익숙할 법도 한데 되레 “지금 상황에 안주 않고 겸손하게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3)을 1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났다. 그는 “많은 연주 일정에 맞춰 연습한 곡들이 콩쿠르와는 상관 없어 (콩쿠르) 준비 시간이 정말 촉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입상이) 조금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과 달리 김한은 지난 9월 ARD 콩쿠르 준우승과 더불어 관객들이 뽑는 청중상까지 안았다. 한국 클래식계의 취약 종목으로 꼽혀 온 관악 부문의 쾌거라 더욱 값진 수상이었다. ARD 콩쿠르는 악기와 앙상블 21개 부문 중 매해 4개 분야 경연을 여는데, 올해는 첼로, 클라리넷, 바순, 퍼커션 부문이 열렸다. 1위는 프랑스의 조 크리스토프, 포르투갈의 칼르로스 브리토 페레이라가 김한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한은 "ARD 콩쿠르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독일 뤼베크 음대 스승이자 클라리넷 여제로 불리는) 자비네 마이어 선생님과 연주 캠프를 떠나 많은 친구들 앞에서 곡을 연주해보고 조언을 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형기 인턴기자

김한은 2007년 데뷔 직후부터 국내 클래식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쯤 학교 음악시간에 리코더를 배우기 시작하잖아요. 그때 잘 분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어요. 마침 학교에서 ‘3학년 때부턴 학생 1명당 악기 1개씩은 배워 보라’는 방침이 있어서 리코더랑 가장 비슷하게 생긴 클라리넷을 택하며 인연이 시작됐죠.” 김한은 “음역대가 넓고 셈여림 조절 범위도 커 어떤 악기와도 어우러질 수 있는 클라리넷의 특성이 어느 환경에서든 잘 묻어나는 나와 닮아 여태껏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 관악 앙상블 바이츠 퀸텟 활동 등으로 국내와 유럽 무대를 오가고 있다. 지치지 않고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동력에 대해 “악기와 거리를 뒀던 시간이 되레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 것 같다”고 했다. 예원학교와 싱가포르 국립예술학교를 다니던 김한은 별안간 영국의 인문계 중고등학교 이튼칼리지에 진학했다. 그는 “다양한 친구들과 계속 부딪히며 스스로 많은 일을 해결해야 했기에 인간적으로 많이 성숙할 수 있었다”며 “그 시간마저 악기 하나에만 몰두했다면 아마 지금쯤 많이 지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한은 지난해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으로 임명됐다. 함께 바이츠 퀸텟 멤버로 활동하는 오보이스트 함경 역시 이곳의 제2수석이다. 둘은 함께 살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김한은 최근 새 레퍼토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 5곡 중 그간 한 번도 공연하지 않은 맬컴 아널드, 브루노 만토바니, 외젠 보자의 곡 3가지를 올린다. 나머지 2곡은 ARD 콩쿠르 당시 연주한 브람스 소나타 2번과 프랑시스 풀랑크 소나타다. 김한은 “지난 1년 간 콩쿠르를 대비하느라 잘 할 수 있는 곡들을 중심으로 연주했는데 5, 6년 만에 새 악보를 읽어보니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협연하는 김한 독주회는 21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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