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돌핀 전자시계'가 부활했다. 시계 전문 온라인몰 '타임메카'에서 팔고 있는 돌핀 시계. 가장 대표 모델인 MRP567-7 제품이다. 타임메카 제공

‘어린 시절 부의 척도였죠. 그때에는 못 찼는데 이제야 차보네요.’

‘옆자리 친구가 항상 자랑할 때 많이 부러웠는데, 지금이라도 지를 수 있어 좋습니다.’

시계 전문 온라인몰 ‘타임메카’에서 ‘돌핀 전자시계’를 구매한 고객들이 남긴 후기다.

돌핀 전자시계는 1984년 한독 시계에서 출시한 브랜드로 당시 ‘국민학생’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제품이었다.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 중엔 돌핀의 방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물 속에 넣어보고,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야광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대낮에도 이불 속에 들어가 배터리가 닳도록 버튼을 눌러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계가 견고한데다 당시 흔치 않던 달력, 랩 타임 측정, 알람, 타이머, 라이트 기능을 갖춰 한때 군 입대하는 남성들의 필수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등장으로 인기가 식으면서 ‘흘러간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러다 올해 1월 재 출시됐고, 과거의 명성을 찾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뉴트로(새로운 복고)’ 바람을 타고 다시 출시된 돌핀 시계가 1만개 넘게 팔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소 투박한 디자인의 돌핀 시계를 찬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거나 커플 시계로 착용하는 연인들도 많아졌다.

잊혀져 가던 돌핀 전자시계를 부활시킨 서대규 타임메카 대표. 타임메카 제공

돌핀 시계를 되살린 사람은 시계 전문 온라인몰 타임메카를 운영하는 서대규 대표다. 서 대표 역시 어린 시절 돌고래 무늬에 열광하던 ‘돌핀 키즈’였다. 1990년대까지 일본 카시오, 미국 타이맥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돌핀이 2000년대 들어 외면 받는 걸 안타깝게 지켜보던 그는 돌핀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를 찾아가 판권을 사들였다. 이후 돌핀의 기능과 감성을 되살리면서 시계 포장재와 박스는 세련되게 재구성한 제품을 올해 1월 크라우드 펀딩(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시장에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 만에 2,000개가 팔렸고 2차 펀딩도 성공했다. 서 대표는 지난 5월부터 타임메카에서 상시 판매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약 1만개가 팔렸다. 가격은 3만원 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을 연기한 배우 류준열이 차고 나와 화제를 모았던 돌핀 'MRP469-7' 모델(왼쪽). 오른쪽은 돌핀 시계를 포장하는 모습. 타임메카는 돌핀의 기능과 감성은 되살리되 시계 포장재와 박스는 세련되게 재구성해 제품을 출시했다. 타임메카 제공

돌핀의 대표 상품은 옛날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MRP567-7’ 모델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을 연기한 배우 류준열이 차고 나왔던 ‘MRP469-7’ 모델도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 상품이다.

서 대표는 이른바 ‘손석희 시계’라 불리는 카시오 전자시계에서 돌핀 부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시오 시계는 수년 전 손석희 JTBC 사장이 방송에서 착용한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화제가 됐었다. 2만원 대의 저렴한 시계가 손 사장의 검소한 이미지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카시오 시계의 인기를 확인한 서 대표는 돌핀 시계도 승산이 있겠다 판단해 재출시하게 된 것이다.

서 대표는 “국내 시계 시장은 수입브랜드 점유율이 약 97%에 달한다”며 “시계 강국 스위스를 포함해 독일, 일본, 미국 등은 나라를 대표하는 시계 브랜드가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돌핀은 30년 넘은 브랜드이지만 향수에 젖어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있고, 요즘 감성에도 맞는다”며 “신규 상품을 확대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돌핀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돌핀 시계는 모든 제조 공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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