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견해가 적잖은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번 거래가 인수자와 매각자(금호산업), 매각대상(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윈윈이 될 거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키움증권은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HDC현산이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것”이라며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HDC그룹의 경영 네트워크가 아시아나항공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라진성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단순히 건설사가 아닌 범(汎)현대가의 인수라고 봐야 하며,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에 편입될 경우 현대오일뱅크(항공유), 현대백화점(면세점 및 기내식), 현대해상(보험), 현대카드(결제 마일리지) 등 계열사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승자의 저주를 점치는 측의 주요 논거인 아시아나항공 부채 문제도 낙관적으로 봤다. 인수자금 중 2조원가량이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에 쓰인다면 이 회사 부채비율은 종전 746%에서 256%로, 순차입금 비율은 471%에서 100%대 초반으로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경영 불확실성을 겪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항공업계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호산업에 대해서도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료하면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기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5,000원을 유지했다. 백광제 연구원은 “매각 절차 완료 시 계열사 지원 우려 해소, 차입금 감소에 따른 지체사업 시행, 배당 여력 확대 등에 힘입어 회사의 본질적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을 부채 상환과 신사업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공항 건설에 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인천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등의 건설 사업에 참여한 실적이 있는 터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공사비 4조2,000억원)이나 내년 상반기부터 진행될 제주2공항, 김해신공항, 대구공항 통합이전 등의 수주전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이번 인수 거래의 수혜자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고 HDC가 약속한 금액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면 먼저 채권단 부채를 갚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영구채 5,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투입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올해 2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거래도 성사시키면서 기업 구조조정 중재자로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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