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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로에 선 금강산 관광

입력
2019.11.18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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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가운데) 강원도지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최문순(가운데) 강원도지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현대금강호가 때마침 영하 4도까지 떨어진 한파에 폭풍경보까지 내린 강원 동해항을 출발한 것은 1998년 11월 18일 오후 6시께였다. 목적지는 북녘 땅 고성시 장전항.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10년 공들인 금강산 관광은 첫 관광객 약 1,500명으로 시작해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되기까지 193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해로를 이용해 구룡폭포, 만물상, 해금강 3개 코스를 골라 둘러보는 금강산 관광은 2003년 육로로 이동경로가 다양해졌고, 4년 뒤 내금강으로 관광 지역도 확대됐다.

□ 금강산 관광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체감할 만한 성과였지만 당시에도 북한의 안보 위협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핵과 미사일이 문제였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기 두 달여 전 북한은 무수단리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사거리 2,000㎞ 안팎의 미사일(광명성 1호)을 시험 발사했다. 뒤에 빈 터널로 확인됐지만 이 미사일 발사 직전에는 영변 북동쪽인 평북 금창리에서 지하 핵시설 의혹이 불거졌다. 잇따른 악재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됐고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 불과 몇 달 전 분위기로는 짐작조차 어려웠던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사흘 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선이 떠나는 TV를 보고 감명스러운 광경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정책을 계속 추구하자”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거듭 “금강산 관광은 하나의 진전인 동시에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일단 배를 출항”(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남북 관계 진전이 북한 비핵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고 미국도 판단한 것이다.

□ 북한이 느닷없이 시설 노후를 이유로 현대아산이 시공한 금강산 편의시설을 철거해 가라고 하다 만나서 얘기하자는 우리 통일부 요청을 거부하더니 급기야 강제 철거 으름장까지 놓았다. 북한의 엄포에는 남측이 미국 눈치 보느라 지난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금강산ㆍ개성공단 재개 약속조차 이행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깔려 있는 듯하다. 관광 재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금강산을 통한 남북협력 모델이 중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긍정적인 해법을 들고 돌아와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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