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공동묘지는 그 도시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자원이다. 거기 묻힌 예술가나 철학자, 정치인 등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여행을 색다른 차원으로 고양시킬 수도 있겠지만, 숲과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다채로운 개성의 묘지와 묘석들이, 공간 그 자체가 오래된 공원이나 거대한 조형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 중에서도 파리 20구 ‘페르라세즈(Pere Lachaise)’ 묘지는 약 13만5,000평 면적에 100만 기가 넘는 무덤이 있는, 파리의 대표적인 공동묘지다. 너무 넓어 특정인의 무덤을 찾아가려면 입구 안내 지도에서 주소를 확인하듯 100개 가량의 구역 중 그가 묻힌 구역과 고유 번호를 미리 확인해야 할 정도다. 페르라세즈의 인기 ‘주민’으로는 쇼팽과 에디트 피아프, 짐 모리슨이 있고, 작가로는 오노레 발자크와 오스카 와일드가 있고, 깊고 슬픈 사랑의 주인공인 12세기의 신학자 아벨라르와 연인 엘로이즈처럼 오래된 주민들도 있다.
그들 사이에, 묘석의 기이함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무덤이 하나 있다. 페르낭 아블롯(Fernand Arbelot, 1880~1942)이라는 이의 무덤이다. 등을 대고 반듯이 누운 남자가 두 손으로 여인의 두상을 감싸듯 안고 두 눈을 응시하는 청동 묘석. 남자는 당연히 무덤 주인인 아블롯이고, 여인은 그의 아내다.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아블롯은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여 영원히 아내를 바라보고 싶다는 바람을 유언처럼 남겼다고 한다. 그의 뜻(혹은 주문)에 따라 벨기에의 조각가(Adolph Wansart)가 1946년 묘석을 그렇게 장식했다. 조각가의 상상력의 결실이라면 낭만적이기보다는 엽기적이고, 고인의 주문이 그러했다면 그 집착이 광기 수준이다.
기록이 부실한 나치 치하 비시 정부 시절에 숨을 거둔 탓인지, 아블롯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음악가란 설, 조각가란 설이 있고, 웨스트민스터은행 지배인이었다는 설이 있다. 그의 아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숨졌고 어디 묻혔는지 등의 기록도 없다. 사랑이 너무 깊어 그가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는 설도 있지만, 역시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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