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리가 정당의 주요 목표 중 하나지만 ‘선거 머신’으로 전락하는 정당과 시민 간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재구성되지 않으면 퇴행의 정치가 나아질 수 없다. 상징성으로 포장되는 인물 영입이 정치의 내용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오대근 기자

선거가 다가오면 각 정당의 ‘인재 영입’과 공천 방식 개혁 등이 선거 경쟁의 서막을 알린다. 그러나 아무리 인물이 바뀌어도 정치를 구성하는 내용이 바뀌지 않으면 새 인물이라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다선ㆍ중진의 용퇴 등 ‘물갈이’ 비율과 청년이나 여성, 또는 정치권 밖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인물의 영입이 혁신 공천의 평가 기준으로 등장한다. 예컨대 청년ㆍ여성 비중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이들 계층이 제대로 대표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과 이들이 우리 사회의 상대적 약자라는 인식에서다. 반면 여야 막론하고 법조계, 전ㆍ현직 청와대 참모, 관료 등은 빠지지 않는 대상이다.

국회는 시민사회의 각 계층이 골고루 대표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모든 직업군이 대표될 수는 없지만 법조, 관료, 학계 등 특정 직군의 과다 대표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 대표로서 존재감과 효능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정치구조 변혁의 문제다. 이것이 개혁의 주제가 돼야 하지만 상징성과 이미지가 정당의 개혁성을 평가하는 풍토로 포장되면서 개혁의 초점은 늘 벗어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조국 정국의 국면 전환과 당내 갈등 돌파 등의 이유로 지난 총선 때보다 일찍 총선기획단을 구성하고 총선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청년과 여성 중 일부는 ‘조국 정국’에서 자신이 속하거나 속했던 정당을 의식해 기존 정치인보다 한술 더 떠 조 전 장관을 비호하기 바빴다. 소신이라고 강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야 공천도 받고 당내 기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당연한 행동일 수 있다. 조국 이슈 같은 결정적 현안에서 소신 있는 행태를 보였는가는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함에도 불구, 여전히 자신의 진영 이익을 위해 위선과 위악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 중용된다면 이는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나마 당 대표 측근과 특정 지역 인물로 도배한 한국당 총선기획단보다는 낫다며 한국당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어느 정당이 덜 못하냐’의 구태의연한 경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정치의 단면이다.

세대ᆞ인물 교체는 긴요하다. 그러나 청년 여성 등 물갈이로 들어온 인물들이 기존 정치인보다 심한 퇴행을 결과할 수도 있다. 이들이 원내 진입 이전에도 정치사회적 이슈에서 소신과 철학을 당당히 개진하지 못한다면 원내 진출 이후라 해도 나아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를 의식하지 않고 다른 주장을 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성 정치인에게 좌우되는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조국 정국에서 정당의 역할을 방기한 채 당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데 골몰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와 사과는 없었다. 여권이 사과를 하긴 했으나 마지못해 야당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송구함’에 그쳤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가산점, 표창장, 문재인 대통령 비하 등 수준 이하의 논란으로 대안 정당과는 거리가 먼 구태를 각인시켰다. 선거 승리가 정당의 주요 목표 중 하나지만 ‘선거 머신’으로 전락하는 정당과 시민 간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재구성되지 않으면 퇴행의 정치가 나아질 수 없다. 상징성으로 포장되는 인물 영입이 정치의 내용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한국 정치는 이런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1987년 체제 이후 관습처럼 되풀이되는 구태의연한 정치 문법을 들여다볼 때가 됐다. 선거 때마다 물갈이율은 40%를 육박한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선거에 의해 구성되는 국회는 항상 역대 최악을 경신한다. 20대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정당들은 정치 재구성을 위한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경쟁해야 한다. 경제도 문제지만, 문제는 정치다. 검찰 개혁만이 개혁은 아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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