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준우승한 ‘김경문호’는 숙제와 희망을 동시에 남긴 채 귀국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획득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숙적’ 일본에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결승에서 잇따라 패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11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집권 2기의 화두는 세대교체였다. 그러나 믿었던 ‘원투펀치’는 오작동했고, 이들의 후계자가 없는 현실에 탄식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양현종(KIA)은 3이닝 4실점으로 역전패를 자초했다. 지난 11일 슈퍼라운드 첫 경기 미국전 등판 후 5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정상이 아니었다. 김광현(SK)은 아예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았다. 그는 12일 슈퍼라운드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동안 8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한 뒤 “내가 트러블메이커가 된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의 말대로 대회 전 메이저리그 진출 이슈만 던진 채 정작 대표팀에선 보탬이 되지 못했다.
박병호(키움), 양의지(NC)가 끝내 터지지 않은 타선도 해결사 부재를 실감했다. 박병호는 타율 0.179에 2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35년 만의 KBO리그 ‘포수 타격왕’ 양의지는 23타수 2안타(0.087)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11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승엽을 믿었던 것처럼 이들을 끝까지 4번, 6번으로 중용했던 김 감독은 “중심 타선이 끝내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베이징 키즈’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큰 수확이다. 이정후(키움)는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대표팀의 주전 중견수로 나서면서 8경기 타율 0.385 4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10개의 안타 중 5개가 2루타였다. 그는 대회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인 '베스트11'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정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많은 경험을 한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첫 성인대표팀에 뽑힌 막내 강백호(KT)도 대표팀 타선의 차세대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는 벤치를 지키다 16일 일본전에 투입돼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면서 ‘국제용‘으로도 손색 없는 ‘강심장’임을 입증했다.
마운드에선 단연 이영하(두산)가 돋보였다. 선발 뒤에 등판하는 미들맨으로 김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은 이영하는 5경기에서 8.1이닝을 책임지면서 1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1.08에 불과하다. 이영하는 "어린 나이에 처음 대표팀에 와서 괜찮게 잘한 것 같다"면서 "또 대표팀에 뽑히게 되면 경험이 있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상우(키움)의 강속구도 통했다. 4경기에서 5.2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대표팀은 1986년생의 박병호가 최고참이고,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로 꾸려졌다. 프리미어12에서 확인한 전력을 거울 삼아 내년 올림픽까지 남은 8개월 간 보완과 성장이 지상 과제다.
도쿄=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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