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지원 유세도 허사… 내년 대선 앞두고 ‘빨간 불’
“제대로 된 공약 못 낸 후보 개인의 패배일 뿐” 분석도
미국 집권여당인 공화당이 16일(현지시간) 치러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서 또다시 패배를 맛봤다. 비록 현직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이긴 하지만,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여겨져 온 루이지애나주를 탈환하는 데 결국 실패한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 차례나 지원 유세에 나섰음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건 공화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아울러 지난 5일 실시된 다른 4개 주(州)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우세 지역인 켄터키 지역을 포함, 세 곳에서 패한 결과까지 감안하면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인 존 벨 에드워드(53) 현 주지사는 득표율 51.3%를 기록해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당의 에디 리스폰(70) 후보는 득표율 48.7%에 그쳐 분루를 삼켰다. 앞서 루이지애나주는 지난달 주지사 선거를 실시했으나 1위였던 에드워즈 주지사의 득표율(47%)이 과반에 미치지 못해 이날 결선 투표가 치러졌다. 당시 경쟁자로 나섰던 공화당의 리스폰 후보와 랄프 에이브러햄 하원의원은 각각 27%, 24%의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남부 지역에서 유일한 ‘민주당 주지사’였던 에드워드 주지사가 ‘수성’에 성공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AP통신은 “반(反)트럼프 유권자들이 결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루이지애나주 선거에 힘을 쏟은 게 오히려 반작용을 초래,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행위를 유도했다는 뜻이다. NYT는 “이번 결과는 많은 유권자들이 현직 주지사(에드워즈)에 만족했다는 걸 보여 준다”며 “켄터키 주지사 선거 결과에 이어, 이번 달 트럼프의 표밭에서 공화당이 얻어 맞은 두 번째 타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내년 대선 전망을 어둡게 하는 예사롭지 않은 징후라는 얘기다.
다만 ‘리스폰 개인의 패배이지, 트럼프나 공화당의 패배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공화당의 오랜 후원자이자 사업가인 리스폰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하려고만 했을 뿐, 이렇다 할 공약을 전혀 내세우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이라는 것이다. AP통신도 “루이지애나주는 내년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쉽게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승리를 거둔 에드워즈 주지사가 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긴 해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안에서 당과는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있는다는 사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미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낙태금지에 서명한 것은 물론,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에도 동조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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