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소환 등 잇단 ‘내로남불’ 모습에 비판
/그림 1 11일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서재훈 기자
검찰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정작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선 '내로남불'의 모습으로 법적 실리만 취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 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비공개 소환 제도를 자신이 먼저 활용하는가 하면 국정농단 사태 때 그토록 비판했던 진술거부권을 활용해 검찰 수사를 회피하는 등 개혁의 선구자답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장관 재임 당시 제안한 검찰개혁 방안의 순수성마저 희석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권보호를 위해 형사사건 피의자의 검찰 출두 장면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조 전 장관 재임 시절 대표적인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였다. 그는 그러면서 "이미 추진된 정책을 이어받아 하는 것이며, 가족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등에서 조 전 장관 본인과 가족이 비공개 소환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검찰 개혁방안을 자신의 수사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부인 정경심(57) 교수와 자신의 검찰 출두 때는 검찰의 협조를 구해 취재진을 따돌리고 비공식 통로를 이용했다.
조 전 장관은 또 재임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인 정 교수의 구속기소 당일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 수사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조인과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을 적극 활용해 수사망을 빠져 나갔다.
조 전 장관이 과거 진술거부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었던 점까지 부각되면서 ‘또 다른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진술거부권은 군사 정권 시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수사 규정으로 조 전 장관은 국정농단 수사에서 핵심 피의자들이 진술거부권을 악용한다고 맹비난했다. "피의자 박근혜, 첩첩히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하지 마라"는 게 2017년 3월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술거부권 논란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조 전 장관과 그의 딸은 장거리 재소자를 위해 만들어진 화상 면회까지 자신의 재판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16일 정 교수와 화상 면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 자택에서 정 교수가 있는 서울구치소까지는 차량으로 25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거리다. 하지만 이들은 굳이 정 교수와 화상 면회를 하는 방식으로 교도관의 입회를 피했다. 정 교수 구속 후 10여 차례 직접 서울구치소를 직접 찾았던 것과 달리, 조 전 장관이 피의자로 조사 받은 뒤에는 화상 통화로 직접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형사사건 비공개 소환 제도나 진술거부권, 화상 면회 등은 검찰개혁 방안이거나 피의자에게 보장된 권리이긴 하지만 검찰이 과도하게 조 전 장관을 배려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추후 검찰이 녹음된 화상 통화 내용을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통상 공범으로 의심받은 피의자들에겐 수사 시작과 동시에 접견이 불허돼 왔다"며 "검찰이 전직 장관이라 굳이 접견 불허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을 조 전 장관 측이 적극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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