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대포 맞으면 뇌 손상… 시위대 쏜 화살에 경찰 다리 맞아
중국군 도로 청소 첫 투입, 시민들 “다음엔 총칼 든다” 우려
홍콩 이공대와 맞닿은 건클럽힐 병영에 주둔한 중국 인민해방군이 17일 대학 캠퍼스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맞붙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전날 중국은 6월 홍콩 시위 본격화 이후 처음으로 병력 60여명을 주둔지 밖으로 보내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며 무력진압을 앞둔 경고신호를 보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반정부 시위가 24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시위대가 쏜 화살이 진압에 나선 경찰 다리에 맞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시위대는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에서 ‘음향대포’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선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이 이공대 캠퍼스와 인접한 터라, 시위대는 대학을 점거해 터널도 함께 차단하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과 격렬히 맞섰다. 이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교내 진입을 시도하다 한 경찰이 시위대가 쏜 화살에 맞았다. 또 경찰 장갑차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불에 타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부족한 경찰 인력을 메우기 위해 특별 경찰관으로 투입한 ‘교도소 폭동 대응팀’ 70명을 16일부터 현장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음향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ARD)까지 등장했다. 음향대포가 쏜 음파 공격을 받으면 뇌 손상과 청력 손실, 메스꺼움, 두통, 이명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경찰은 LARD가 무기가 아닌 경고방송용 장치라고 주장했다.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도로 청소’를 위해 거리에 투입된 데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중국군 60여명은 지난 6월 시위 본격화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6일 카오룽퉁 오스본 병영을 나와 40여분간 도로에 널브러진 벽돌을 주워 담았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홍콩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해 강경 진압을 주문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중국군은 지난해 가을 태풍 피해 복구에 400여명을 지원한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군인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비번인 병력이 자발적으로 청소 작업에 참여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14일 “홍콩의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긴박한 임무”라고 지시한 것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병사들은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지만 이중 일부는 중국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76집단군 ‘쉐펑특전여단’마크를 달았다. 무력개입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 노출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청소지만 다음에는 총칼일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침례대와 인접한 오스본 병영과 이공대와 맞닿은 건클럽힐 병영 등 홍콩 전역 11곳에 중국군 1만2,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7일 1면 논평을 통해 “폭력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홍콩 기본법과 인민군법에 따라 중국군은 홍콩 정부 요청이 있어야 동원할 수 있다. 반면 CNN 등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중국군 스스로 지역 봉사에 나선 것”이라는 홍콩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홍콩 의원 5명은 성명을 내고 “법을 무시하고, 홍콩 주민들이 인민해방군의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정당화하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의 폭력 진압이 최고조에 이른 실탄 총격 다음날인 12일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등 사상 최대 물량의 진압 장비를 쏟아 부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홍콩 중문대는 16일 점거가 풀렸다. 그 결과 캠퍼스와 인접한 톨로 고속도로는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홍콩대와 침례대, 시립대 등 대학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과 졸업생들이 몰려와 도로를 막고 있는 돌과 바리케이드를 치웠다. 이에 맞서 시위대가 벽돌을 던지고 인화성 물질로 바닥에 불을 붙여 저항하자 경찰이 다시 개입해 한때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사회 불안이 계속되자 교육 당국이 휴교령을 18일까지 하루 더 연장하는 등 홍콩은 어디서든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들 수 있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 상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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