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라도 여성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하면 성폭력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교제 중인 여성을 불법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6)씨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과 함께 아동ㆍ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시설의 1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2017년 3월 당시 교제하던 피해자 A씨와 성관계를 하던 도중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했다. 김씨는 사진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피해자의사에 반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김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사진촬영까지 동의했다고 추측할 순 없다”며 “김씨가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여러 차례 보내달라고 요구한 점, 피해자가 평소 김씨에게 사진을 보내기 꺼려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나체로 있는 사진을 찍은 것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취업제한 처분까지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현행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를 범하고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취업제한을 명령하지만, 현행법 시행 전의 범죄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을 따른다”고 판단했다. 범행 시점이 아청법 개정인 만큼 구 아청법을 소급 적용해 확정판결 없이도 취업제한을 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확정판결 없이 취업제한이 가능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 1년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선고했다.
김씨는 이 같은 제한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위헌성이나 법리 오해는 없다”며 기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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