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수십 명이 홍콩 사태 이후 처음으로 16일 거리에 나와 시위대가 쌓아놓은 벽돌을 치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6월 시위 본격화 이후 처음으로 16일 거리에 투입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홍콩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해 강경대응을 주문한 지 하루 만이다. 11일 경찰의 실탄 발사 이후 날로 격화되던 시위 양상은 일부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벽돌을 치우고, 상당수 대학 캠퍼스의 점거가 풀리고, 대부분 도로 통행이 재개되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중국군 수십 명이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지원했다”며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명을 지원한 데 이어 1년여 만”이라고 전했다.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중국군은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 렌프루 로드에서 거리에 널려 있는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며 약 40분간 작업을 했다. 현장에서는 주민 20여명과 소방관, 경찰관도 청소에 동참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군인은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이날 비번인 장병들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날 시 주석이 “홍콩의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긴박한 임무”라며 속히 질서를 재건하라고 지시한 것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홍콩 기본법과 주둔군 법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홍콩의 현안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공질서 유지나 재난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동원될 수 있다. 반면 홍콩 정부 대변인은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간 무력진압을 누차 경고해온 중국이 홍콩 상황 여하에 따라 언제든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강경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시위대가 벽돌과 바리케이드로 도로를 차단한 침례대 부근에서는 주민과 졸업생 수백 명이 나와 장애물을 치웠다. 이 과정에서 육교 위를 점거하고 있던 일부 시위대가 인화물질을 던져 도로에 불이 붙기도 했지만 도로는 끝내 치워졌고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지난주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의 대교 아래를 지나는 톨로 고속도로도 그간 차선 봉쇄와 일부 운행 재개를 반복하다 16일부터는 완전히 정상화됐다.

이처럼 시내 곳곳의 상황이 호전됐지만 홍콩 섬과 카오룽(九龍) 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은 여전히 폐쇄됐고, 몽콕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지하철 운행도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시위대가 철수한 대부분 대학과 달리 크로스하버 터널 인근 폴리테크닉대는 아직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다. 또 16일 밤과 17일 새벽 사이 일부 도로에서는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며 맞서면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부족한 경찰 인력을 메우기 위해 특별경찰관으로 투입한 ‘교도소 폭동 대응팀’ 70명을 16일부터 현장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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