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올해는 또 어떤 드레스를 입고 나올지 두렵습니다.’
‘전 올 초부터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 할인한다 싶으면 조금씩 사 뒀어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개봉을 앞두고 한 온라인 ’맘 카페‘에 올라온 글들입니다.
여기서 ‘그녀들’은 영화 주인공인 ‘안나’와 ‘엘사’ 자매입니다.
겨울왕국2는 2014년 1월 개봉 뒤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겨울왕국’의 후속 작품입니다. 당시 겨울왕국은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드물게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전 세계에서 13억달러(1조5,000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두는 등 그야말로 ‘대박’을 쳤죠.
뿐만 아닙니다.
겨울왕국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도 전 세계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는데요.
2014년 11월 공개된 전미소비자연맹(NRF)의 ‘여자 어린이를 위한 선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엘사와 안나는 11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바비 인형을 추월했다고 합니다. 이후로도 겨울 시즌 때마다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겨울 연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요.
겨울왕국2의 등장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도 벌써 들썩이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영화 개봉에 앞서 이불과 쿠션, 베개 등 침구류를 비롯해 식기, 핫팩, 욕실화 등의 캐릭터 상품을 이달 초 출시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도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와 함께 겨울왕국 한정판 운동화를 선보였고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겨울왕국 캐릭터 뷰티, 패션 소품과 주방, 인테리어 용품 70여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겨울왕국2로 쏠리는 관심이 부모들은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데요. 안나와 엘사가 입고 나올 드레스를 비롯해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아이들을 유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2014년 미국에서도 “엘사 드레스가 미국 엄마들의 ‘등골 브레이커(비싼 값에 허리가 휘게 만드는 유행 상품)’가 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당시 기사에 따르면 인터넷 경매 쇼핑몰인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엘사 드레스 가격은 한 벌에 1,600달러(약 170만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상점에서 동이 나는 바람에 일부 부모들은 손수 바느질을 해서 드레스를 만들기도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배우 이윤지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번에는 그들(안나와 엘사)이 뭘 입고 나올까”라며 걱정하는 걸 보고 공감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캐릭터를 이용한 사업을 무조건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재료(겨울왕국)로 수십 가지 요리(애니메이션 음반 인형 게임 등)를 만들어 파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이니까요.
하지만 지나친 상술은 분명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에 부모들이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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