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안에 바지 입으면 점심 못 먹어, 졸업 코앞 3학년에 “새로 사라” 논란
대구의 한 중학교 3학년인 김아영(가명)양은 친구들과 최근 며칠째 점심을 빵과 우유로 때우고 있다. 교복이 작아져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학교측이 “복장이 불량하다”며 급식을 막기 때문이다.
김아영양은 “입학 때보다 키가 10㎝ 넘게 자라 수선해도 입을 수가 없다”며 “할 수 없이 학교 체육복 바지를 받쳐 입는 건데 급식까지 못하게 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과 교사 6명은 지난 1일부터 점심시간마다 급식실 앞에 서서 복장 단속에 들어갔다. 교복을 입었다고 해도 교칙에 맞지 않게 옷차림을 한 학생은 들어갈 수 없다. 김아영양처럼 치마가 짧아 체육복을 받쳐 입거나 길이가 무릎 위로 올라갈 만큼 짧아도 안 된다. 재킷이 너무 작아 입을 수 없어도 시중에 판매되는 외투만 걸치면 입장 불가다.
학생들에 따르면 교복이 작아져 제대로 입지 못하는 학생은 30명쯤 된다. 이같은 학교측의 통제에 한 반 학생 30여명 가운데 6, 7명은 급식을 못하고 있다. 대부분 1학년 때보다 키가 많이 자라 작아진 교복을 겨우 입고 다니는 3학년생들이다. 학교측은 해당 학생에게 급식 금지뿐만 아니라 벌점을 주고 선도위원회 회부도 경고했다.
해당 학생들의 부모들은 성장 속도가 빠른 탓에 체육복을 받쳐 입거나 재킷을 입지 못하는데도 학교측이 급식까지 막자 불만이다. 더구나 학교측이 졸업을 코앞에 둔 3학년들에게도 “교칙대로 새 교복을 사라”고 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3학년 한 학부모는 “방학이 한 달 정도 남았고 개학하면 졸업인데 교복을 새로 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날이 춥고 옷이 작아져 받쳐 입는 걸 가지고 애들 밥까지 못 먹게 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더구나 학부모 6명이 학교장과 면담 후 “(학교장이) ’교복을 사면 졸업 후 기념으로 보관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며 언쟁을 벌이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교복 착용 문제로 학교측과 학생, 학부모간 마찰이 계속되면서 대구시교육청도 수습에 나섰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에 확인한 결과 급식실 앞에서 복장 불량 학생에게 옷을 제대로 입고 다시 오라고 한 것이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며 “치마가 짧으면 스타킹을 신거나 교복에 천을 덧대 늘이는 방법을 제안했고, 학부모 측과 조율하도록 권고 및 지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당 중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 주장 상당 부분이 과장됐고, 새 교복을 사서 기념으로 보관하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며 “학생들의 복장 불량이 많아 벌점은 부과했지만 선도위원회 회부 등은 훈육 차원의 엄포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이 키가 많이 자라 교복이 작아진 것에는 “치마가 짧으면 스타킹을 신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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