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오른쪽)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영향력이 한국 산업계 전반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에도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국내 유통 시장 지형을 바꾼 데 이어 최근에는 경쟁자였던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경영통합’을 시도하면서 한일 정보기술(IT)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손 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과도 인공지능(AI)을 연결 고리로 협력을 지속하고 있어, 국내 제조업계에서도 조만간 ‘손정의 표’ 사업 모델이 등장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로부터 총 30억달러(약 3조 3,600억원)를 투자 받은 쿠팡이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국내 유통업계 지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쿠팡이 자체 배송 인력을 투입해 ‘로켓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유통회사들의 물류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조 4,227억원으로 사업 진출 5년만에 약 92배 늘었으나, 아직까지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10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쿠팡에 힘을 실어주자, 롯데와 신세계 등 거대 유통기업들도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며 쿠팡 견제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 유통시장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3조원이 넘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가 없었다면 쿠팡이 유통시장 판도 변화를 주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의 경영 통합 추진도 국내 IT 업계에 ‘손정의 파워’를 다시 각인시키고 있다. 양사는 모두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협상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경영통합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합이 성사되면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단숨에 확보하게 돼, 미국 구글, 중국 텐센트 등과 아시아 인터넷 시장의 왕좌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네이버가 한국 최대 포털 업체인 만큼 두 회사의 통합은 간편결제, 인터넷은행, 전자상거래 등 한국 시장을 정조준한 새로운 서비스 출시로 연결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통합은 일본 인터넷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거대 IT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며 “양사가 일본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릴 것으로 보여, 한국 시장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손 회장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만나 AI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다양한 제조분야에서 소프트뱅크의 AI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우버, 그램 등 세계 차량호출 서비스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실질적 주인”이라며 “규제 이슈가 아직 남아 있지만, 손 회장의 국내 차량 호출 시장 공략도 조만간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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