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통보… 금강산 남북 공유물 아니다” 남측에 대한 불신 회복 힘들 듯
북한이 11일 조속한 금강산 시설 철거를 촉구하는 ‘최후통첩’을 남측에 했다는 사실을 15일 공개했다. 미국을 의식하며 10년 넘게 관광 사업 재개를 미뤄온 남측에 대한 불신이 회복하기 힘든 정도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정부는 “금강산 관광 문제는 남북이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를 통해 “우리는 11월 11일 남조선(남한)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 철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이에 대해 남조선 당국은 오늘까지도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무슨 할 말이 있고 무슨 체면이 있으며 이제 와서 두 손을 비벼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이 경제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인 만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통신은 “미국이 무서워 10여년 동안이나 금강산 관광 시설들을 방치해두고 나앉아 있던 남조선 당국이 철거 불똥이 발등에 떨어져서야 화들짝 놀라 금강산의 구석 한 모퉁이에라도 다시 발을 붙이게 해 달라, 관광 재개에도 끼워 달라고 청탁하고 있으니 가련하다 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철면피하다 해야 하겠는가”라며 “시간표가 정해진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통지문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허송세월 할 수 없다”고 했다.
남측 배제 방침도 분명하다. 통신은 “애당초 우리의 새로운 금강산문화지구 개발 문제는 남조선 당국이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며 이미 그럴 자격을 상실했다”며 “세계 제일의 명산은 명백히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며 북남 화해 협력의 상징적인 장소도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북한의 단호한 태도는 남측의 대미 추종 자세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 통신은 “사대의식에 쩌들은 남쪽의 위정자들은 풍전등화의 이 시각에조차 정신 못 차리고 금강산 문제를 조미(북미) 협상에서 다루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돼야만 실효적인 관광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얼빠진 소리를 하면서 미국에까지 찾아가 속사정을 털어 보려고 하지만 상전의 표정은 냉담하기만 하다”고 남측을 비아냥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금강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영역으로 접근하는 게 창의적 해법을 만들고 남북관계의 새 판 짜기를 시작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정부 기조는 변함 없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1일 북측이 마지막 경고임을 밝히면서 시설 철거 문제와 관련한 문서 교환 협의를 재주장해 왔지만 금강산 관광 문제는 남북이 서로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북측도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입장에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북한 금강산국제관광국이 문서 교환 방식으로 시설 철거 문제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첫 대남 통지문을 보낸 뒤 세 차례에 걸쳐 정부가 대면 논의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이를 거부해왔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20여일 만에 다시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관광 산업 집중 육성 의지를 피력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