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어 레바논과도 0-0 무승부…변화 없인 본선행 없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의 전술운용 예상엔 이젠 ‘혹시나’도 없다. 대체로 15명 안팎의 선수 가운데 선발이 꾸려진다. 선발 명단과 전술 예측이 얼마든지 가능한 팀이란 얘기다. 벤투호가 올해 들어 상대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는 11개. 호주와 카타르,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전력이 크게 떨어진단 평가지만, 이 가운데 한국이 3득점 이상 터뜨린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03위 스리랑카(8-0)뿐이다.
손흥민(27ㆍ토트넘), 황의조(27ㆍ보르도), 이강인(18ㆍ발렌시아), 황희찬(23ㆍ잘츠부르크) 등 몸값 높은 유럽파 공격자원은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김신욱(31ㆍ베이징 궈안) 등 훌륭한 조커도 많지만 스리랑카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팀이 모두 한국을 2실점 이하로 틀어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뻔한 선발명단’이 꼽힌다. 선수의 몸값 총액이 대표팀 전력과 비례하지 않는다지만, 좋은 자원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월드컵 2차예선부터 득점 루트가 꽉 막혀 두 차례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 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벤투호가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득점 없이 레바논과 0-0으로 비겼다. 2차 예선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도 2차 예선 통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2승2무를 기록한 한국(승점 8점)은 북한(2승1무1패ㆍ승점 7점)이 같은 날 투르크메니스탄에 1-3으로 패하며 간신히 조 선두를 지켰다. 1위 한국부터 4위 투르크메니스탄(2승2패ㆍ승점 6점)까지 승점 차는 단 2점. 각 조 1위와 8개조 2위팀 중 성적이 좋은 4팀만 3차 예선 진출이 가능한 터라 자칫 한 번 패하면 3차 예선 탈락까지 걱정해야 할 위기다.
이날 한국은 지난달 중계도 관중도 없이 ‘깜깜이’로 치러졌던 북한전과 마찬가지로 수 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승점 1점만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일단 팀 스피드가 살아나지 못했고, 상대는 선발 출전한 손흥민과 황의조를 꽁꽁 틀어막았고, 벤투 감독이 후반 투입한 김신욱-황희찬-이강인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일찌감치 리그를 마치고 휴식을 취했던 미드필더 황인범(23ㆍ밴쿠버)은 경기 감각이 떨어진 듯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로 기회를 끊었다. 수비수들이 상대 역습을 적절히 끊어내지 못했다면 자칫 8년 전 1-2 패배 악몽을 되풀이할 뻔했다.
전문가들은 벤투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시점 컨디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거의 같은 멤버에만 신뢰를 주는 데 따른 부작용이 아니냔 분석을 내놓는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이 평가전에선 실험을 하는 모습이지만, 실전에선 쓰던 선수들만 쓰는 모습”이라며 “융통성이 떨어지다 보니 창의력도 자연히 떨어져 기계적인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A매치 데이 주간이 아닌 탓에) 유럽파를 못 쓰게 되는 다음달 동아시안컵에선 다른 선수들을 충분히 테스트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2차 예선이 재개되는) 내년 3월에도 변화가 없다면 3차 예선까지 가는 길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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