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 반발 “한국 민주주의 무시하는 행위” 
[저작권 한국일보]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주최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포럼 행사 포스터. 이 행사를 반대하는 문구들이 써있다. 독자 제공

최근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 지지 여부를 두고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 간 갈등이 커지자 주한 중국대사관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 등을 보고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며 홍콩 문제를 대하는 중국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15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홍콩의 상황은 국제사회로부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여러 이유로 관련 사실이 객관적이지 않고 진실을 반영하지 않아 일부 지역, 특히 개별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과 한국 청년 학생들의 감정대립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보니 홍콩 시위를 두고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 간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양대생들이 인문대 앞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이자, 오후 3시쯤 중국인 유학생 70여명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흔들거나 지지 대자보에다가는 ‘하나의 중국’ ‘일개중국(一介中國) 불용분할(不容分割)’ 같은 반대구호를 써 붙이기도 했다. 한국 학생들 10여명이 가세하면서 양측은 오후 6시까지 대치하다 해산했다.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 등에서는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훼손되는 일도 있었다.

13일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인문대 건물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에 중국 유학생들이 항의 메시지와 오성홍기를 붙여놓았다. 독자 제공

대변인은 “중국의 청년 학생들은 중국의 주권을 해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분노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 정부는 해외 중국 공민들이 현지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이성적으로 애국 열정을 표현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한국과 중국에서 공부하는 대다수의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이해와 한중 우호 관계의 발전을 촉진하는데 긍정적 기여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최근 홍콩 시위에 대한 입장도 자세히 밝혔다. 그는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라며 “홍콩의 중국 귀속 이래, 일국양제 정책과 ‘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한다’는 고도의 자치 방침이 효과적으로 시행되었으며 홍콩 민중의 권리와 자유는 법에 의거해 완전히 보장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지난 몇 개월 동안 일부 세력은 계속 폭력을 사용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공공시설을 부수고 태우며 무차별적으로 평범한 시민에게 해를 가했다”면서 “이는 어느 법치사회, 문명사회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홍콩 문제는 동란과 무질서 속에서 해결될 수 없다”면서 “폭력을 중지시키고 혼란을 통제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현재 홍콩의 가장 시급한 임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일국양제를 견지한다는 방침을 바꿀 수 없다. 우리는 홍콩 특구 정부가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또한 우호적인 이웃인 한국 민중이 이를 이해하고 지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은 이날 긴급 성명에서 “주한중국대사관의 담화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각 대학교에 걸린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훼손하는 것을 옹호하고 있다”며 이를 “한국의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고, 이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라며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오고 가는 대학가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는 그 어떠한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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