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대표팀 ‘맏언니’ 김정은(32ㆍ우리은행)이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침체된 한국 여자농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2년 만의 본선 무대 티켓 획득이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 첫 관문인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프레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출전 중인 김정은은 “2008년 베이징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었는데, 우리 대표팀이 다시 올림픽에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며 “여자농구의 인기를 살리는 길은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표팀 12명 가운데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김정은이 유일하다. 당시 대표팀의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은 7위로 올해(18위)보다 11계단이나 높았다. 하지만 정선민, 변연하, 박정은 등 스타급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여자농구는 세계 변방으로 밀려났다. 특히 지난 9월 아시아컵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진 가운데 중국에 52-80, 일본에 61-102로 완패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김정은은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대표팀을 마다한 적이 없었는데, 그 때는 정말 뛸 수 없는 상황이라 포기했다”며 “일본에 무기력하게 지는 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갖고, 나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빠진 다른 선수들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털어놨다.
미국프로농구(WNBA)에서 활약했던 한국 농구의 ‘대들보’ 박지수(KB스타즈)와 김정은, 김한별(삼성생명), 김단비(신한은행) 등이 총출동한 대표팀은 14일 중국과 1차전에서 81-80으로 이겼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위로 평가 받는 중국(8위)을 이긴 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김정은은 21점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 뉴질랜드(35위), 필리핀(50위)과 한 조에 묶인 대표팀은 조 2위로 내년 2월 열리는 올림픽 최종 예선 출전권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중국전보다 뉴질랜드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중국과 경기 내내 대등하게 맞서자 선수들은 이문규 대표팀 감독에게 “승부를 걸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많은 팬들이 ‘한국 여자농구 수준이 떨어졌다.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데, 팬들에게 보답하는 경기를 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대표팀은 15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6일 필리핀, 17일 뉴질랜드와 경기를 치른다. 김정은은 “남은 경기도 잘 준비해야 한다”며 “심기일전 하겠다”고 3전 전승을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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