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임기 만료 한달 앞
부결 땐 체제 유지에 힘 실려
의원 총회서 재신임안 투표
통과 땐 경선이 심판대 될 듯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내달 10일로 종료되면서 물밑 경쟁이 슬슬 시작되는 분위기다. 15일 현재 4선 유기준(부산 서구동구)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5선 심재철(경기 안양시동안구을) 의원도 출마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비박(비박근혜)계에서는 3선 강석호(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의원이 출마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들 모두 “판이 깔려야 나설 것”이라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태다. 통상 경선 수개월 전부터 당내 의원들과 일일이 접촉하며 물밑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국회의원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의원총회 결의를 거쳐 의원 임기 만료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최근 이 규정에 대한 법적 검토 결과,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을 원할 땐 먼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안을 부쳐 부결(재적의원 과반 출석, 과반 반대) 시에만 경선을 치른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한국당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 체제를 지지한다면 내년 총선까지는 ‘황교안ㆍ나경원 투톱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재신임이냐, 교체냐를 두고 의원들의 의견은 팽팽히 갈린다. 교체론에 힘을 싣는 이들은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지도력을 문제 삼는다. 유기준 의원은 “나 원내대표 선출 이후 정치개혁특별위 연장에 동의해주고, 위원장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하면서 선거법 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갔다”며 “전략적 미스가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나 원내대표가 조국 낙마 표창장 수여,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자 공천 가산점 등 논란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교체 필요성을 말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경선을 계기로 잠잠하던 계파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만큼, 총선까지는 현 체제로 가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이라는 큰 전쟁을 앞두고 있는데 장수를 바꾸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대중성이 압도적이라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대부분 의원들은 인지도가 높은 나 원내대표가 한 번이라도 더 지원유세를 와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이르면 내달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패스트트랙 처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임기 만료 전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나 원내대표 체제에 힘이 뚜렷이 실리겠지만, 통과 땐 여야 4당과의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반대만 외쳤던 나 원내대표의 전략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원내대표 경선이 패스트트랙 처리 결과에 대한 심판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탓에 나 원내대표 역시 임기 연장 여부와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큰 일을 앞둔 상황에서 ‘그만하겠다’고 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테고, ‘더 하겠다’고 하면 욕심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며 “임기 만료 직전이 돼서야 의중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는 임기가 4개월여로 짧아,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이 막판 스스로 출마 뜻을 접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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