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단 쉬웠던 거 같아” “수학 때문에 미끄러졌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쳤다는 후련함도 잠시, 수능 다음날 가채점표를 작성하는 학생들 얼굴엔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처럼 ‘불수능’은 아니었어도 중상위권 학생들이 풀기엔 어려운 문제들이 제법 나와 등급이 떨어지게 생겼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3학년 교실. 서로 수능 체감 난이도를 주고받느라 왁자지껄하던 교실 분위기가 “이제 가채점표를 작성하자”는 교사 말에 금새 숙연해졌다. 가채점 결과가 실망스러운지 곳곳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몇몇 학생들이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자 교사가 “수능을 잘 본 사람은 정시에 지원이 가능하고,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으면 수시로 가야 하기 때문에 남은 논술과 면접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해가 워낙 불수능이었던 탓인지 올해 수능 난이도를 두고선 대체로 ‘지난해보다 쉽긴 했지만 수학이 예상보다 어려웠다’란 반응이 많았다. 평소 모의평가에서 평균 1등급 언저리 성적을 받아 왔다는 서초고 문과반 B(18)군은 “작년보다 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체감 난이도가 확 쉽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며 “초고난도 문제는 적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고 이과반의 A(17)양은 “국어는 지난해보다 쉬웠는데 다른 과목은 어렵게 느껴졌다”며 “일부 고난도 문제를 놓친 중상위권 학생들이 등급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학 가형에 응시했다는 반포고 이과반 황승준(18)군은 “킬러 문제는 오히려 6월, 9월 모의 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풀만 했지만 앞 부분 3점짜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부분 언어영역 중 비문학 파트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BIS) 비율에 관한 문항에서 점수가 깎였다는 반응이었다. 김모(18) 군은 “언어영역은 작년보다 쉬운 편이었지만 BIS 비율 지문 문제를 많이 틀렸다”며 “문학 파트는 답에 확신이 있었고 공부한 만큼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어 지문의 EBS 연계율이 높았다’, ‘6월, 9월 모의평가와는 난이도가 비슷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수도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C씨는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평이했고 적절했다는 평가이지만, 갑자기 수학 등급이 떨어진 학생들이 많고 중위권 학생들의 혼란이 크다”라며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 논술 전형에 응시가 몰릴 것 같고 1등급에서 3,4등급으로 미끄러져 재수를 한다는 학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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