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ㆍ건설투자 부진 들어 ‘성장 제약’ 표현 완화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는 고용은 회복세이며 물가는 0% 수준으로 보합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선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10월초 이후 상승했고 환율은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판단하며 7개월 연속 유지했던 ‘부진’ 표현을 삭제했다. 전반적 경제 여건이 더 이상 악화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다만 주요 경제지표들이 아직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가 수출과 건설투자는 계속 내리막인 점을 감안, 여전히 부정적 뉘앙스가 다분한 ‘성장 제약’이란 표현으로 현재 경기를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증가세를 유지하는 한편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지난 4월호부터 줄곧 경기 진단 문구로 썼던 ‘부진’을 ‘성장 제약’으로 바꾼 셈이다.

앞선 7개월 간의 경기 부진 판단은 2005년 3월 그린북 첫 발간 이후 최장이었다. 정부는 4, 5월 그린북에서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부진’이란 판단을 내렸다가 6월부터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 지속’으로 표현을 바꿔 유지해왔다.

정부의 경기 진단 변경은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들이 추가로 하강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 99.5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3, 4월 최저점(99.2)보다는 다소 개선된 수치다. 향후 경기 전망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7, 8월 최저치(98.4)보다 0.1포인트 반등한 98.5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보다 1.7포인트 향상된 98.6으로 집계됐고 기업 심리를 보여주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1포인트 오른 72를 기록했다. 고용은 10월 취업자가 지난해보다 41만9,000명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된 흐름이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3분기 경기 지수를 보면 추가적으로 악화하는 모습은 아닌지라,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는 표현으로 (경기 진단 문구를)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 경기지표는 혼조세다. 9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2.0%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1.2% 감소했다. 같은 달 소매판매(-2.2%)와 건설투자(-2.7%)는 전달보다 감소했지만, 설비투자(+2.9%)는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11개월째 내리막이다. 지난달에도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월 대비 14.7% 감소했다.

대외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이 교역 위축으로 타격을 입고 있고, 문제의 진원인 미중 무역협상 역시 전개 방향이 불투명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반도체 업황의 회복 시기 지연 등은 우리 경제를 직격하는 불안 요소다.

정부 역시 우리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홍 과장은 “경기가 바닥을 쳤거나 일부 지표가 부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아니며,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가 우리 경제 성장세를 정상적인 잠재성장경로(연 2.5~2.6%) 밑으로 제약하고 있는 게 전반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남은 기간 재정집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정책·무역금융을 차질하게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해 다음달 발표할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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