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인근 고교에서 16세 일본계 남학생이 총격
2명 숨지고, 용의자도 부상 당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고등학교에서 14일 오전(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학생 두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사건은 LA 북서쪽 도시인 샌타클라리타의 소거스 고교 교정에서 발생했다. 수업 시작 전 등교를 하던 학생들의 평온한 일상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총성이 울리면서 악몽으로 돌변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해당 고교에 재학 중인 16세 남학생으로 배낭에서 45구경 반자동 권총을 꺼낸 그는 학생 5명을 향해 난사한 뒤 자신에게도 총을 겨눴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16초에 불과했다. LA 경찰 당국에 따르면 각각 16세, 14세 학생이 숨졌고, 부상자는 15세와 14세 여학생, 14세 남학생이었다. 용의자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고, 현재 경찰에 구류된 상태다.
경찰 당국은 당초 용의자가 ‘아시아계’라는 것 외에는 추가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 사법 당국 소식통은 CBS방송에 용의자의 신원이 ‘나다니엘 버호우’라고 밝혔으며,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버호우가 일본계 혼혈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아직 범행 동기는 밝혀진 바 없으며, 증거 수집을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자택 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CBS는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자기소개란에 “소거스는 내일 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경찰을 인용해 전했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해당 소개말은 총격 사고 발생 이후 수정됐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은 현재까지는 이 사건에 특정 이념이 영향을 줬거나, 공모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총격 장면을 직접 목격한 2학년생 마이카 터너(15)는 CBS에 “그(용의자)가 하나, 둘, 셋을 세며 연이어 쏘는 모습을 봤고, 나는 그제서야 내가 거기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그 광경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수업 전 과외활동으로 밴드부 연습을 하고 있었던 쇼나 오란디(16)는 AP통신에 “악몽이 현실이 되는 순간 같았다. ‘정말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하며 몸서리쳤다.
고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미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재차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교내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지금까지 학생 및 학교 관계자 14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08명이 부상했다. 콜럼바인 고교 사건은 재학생 2명이 1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다치게 한 대형 사건이었다.
샌타클라리타는 LA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신흥 도시로 한인 거주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주택단지 중 한 곳이다. LA 총영사관은 “현지 교민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한인 학생들의 피해는 접수된 게 없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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