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보다 훨씬 큰 칠면조를 찾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칠면조를 요리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게 왔구나.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갔다가 소 목심의 자리를 절반이나 차지하고 앉아 있는 냉동 칠면조떼를 보고 든 생각이다. 진정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기리기 위한 목적인지는 헤아리기 어렵지만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닭을 너덧 배로 뻥튀긴 듯한 이 가금류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한국에서 지분을 넓혀가는 건 확실하다. 이 전에도 마트에서 칠면조를 본 적은 있지만 닭보다 고작 두 배 가량 큰 수준이었던지라, 이처럼 6~7㎏대의 본격적인 물건을 보니 음식평론가로서 일종의 의무감을 느꼈다. 분명 수요가 있으니 들어오는 상황일 텐데 과연 우리는 이만한 칠면조를 조리할 준비가 된 것일까.

6~7㎏의 거대한 가금류라면 단순한 레시피 차원 이상의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 덩치에 맞는 조리기구, 즉 오븐은 물론이거니와 부엌 공간 자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오븐도 기본으로 딸려 있지 않고 있더라도 작으며, 부엌은 대체로 집의 다른 공간에게 분배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에 욱여 넣는 수준인 우리의 현실에서 과연 칠면조는 적합한 식재료일까. 이를 살펴보고자 추수감사절인 11월 28일보다 이주일 남짓 일찍 칠면조를 낱낱이 살펴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늘어 놓을 칠면조의 모든 세부사항을 확인하고도 도전 정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즉 칠면조를 직접 구워 먹어 보고 싶다면 넉넉하게 잡아 일주일전부터는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가장 큰 명절이므로 과장을 전혀 보태지 않고 우리의 명절 음식 준비만큼 혹은 그 이상의 노동력을 쓴다. 따라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원하는 시점에 칠면조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의 대표 요리인 칠면조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처음 영국에서 건너간 이들에게 제공해줬던 음식 중 하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체 미국에는 무슨 연유로 추수감사절이라는 명절이 있으며 왜 칠면조를 먹는 지부터 살펴보자. 역사에 의하면 처음 영국에서 건너간 이들이 자급자족을 통한 정착에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아메리카 원주민이 제공한 음식으로 한 시름 놓게 되었고, 그 중심에 칠면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3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 나름의 전통을 거쳐 칠면조를 먹는 것이다. 다만 세월이 흐르며 칠면조의 사정은 많이 바뀌었다. 일단 당시의 원조 칠면조는 야생이었을 테니 질기고 누린내가 많이 났을 것이다. 따라서 궁핍한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먹었겠지만 대부분의 식재료가 그렇듯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았으니 맛은 없었을 것이다. 이후 백인이 정착하면서 칠면조도 사육되기 시작했고 품종 개량을 거쳐 이제는 식재료가 되기는 했다.

그렇다고 칠면조가 정말 맛있는 식재료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동물이라도 외모로 평가하면 안되건만 칠면조는 너무 맛이 없게 생겼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닭과 비교하자면 가슴살은 더 퍽퍽하고 다릿살에서는 냄새가 좀 더 난다. 미국에서나 상징적인 의미를 기려 먹는 것이지, 나는 칠면조가 맛으로 먹는 식재료는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미국에 8년동안 살면서 딱 한 번 경험한 본격 추수 감사절 만찬에서 호기심을 채운 뒤로는 칠면조를 자발적으로 먹지 않았다. 맛도 별로면서 조리마저 번거롭기 짝이 없는 식재료를 미국인도 아닌데 왜 굳이 애써 먹어야 하는가 회의가 일지만, 그래도 음식은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했으니 최대한 상세히 살펴보자.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칠면조는 대부분 냉동돼 있어 해동 과정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해동과 조리 준비 

오랫동안 칠면조의 대세는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냉동이었다. 아무래도 1년에 한 번 먹는 식재료이다보니 마트의 냉동고에는 언제나 칠면조떼가 때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10~15년 동안 칠면조의 지평이 많이 바뀌었다. 일단 냉장 유통 제품의 지분이 늘어났으며 유기농이나 닭에게 적용하듯 놓아 먹였다는 고급 제품군이 등장했으며 한술 더 떠 대량사육에 밀려 한참 자취를 감추었던 소위 토종 칠면조가 다시 등장했다. 맛보다 전통 때문에 찾는 식재료를 조금이라도 더 먹을 만하게 격을 높이려는 노력인데 그와 무관하게 우리의 선택지는 어쨌든 냉동이다.

냉동 칠면조가 냉장보다 맛이 떨어져서 열등한 식재료라는 말인가. 꼭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일단 칠면조라는 식재료가 냉장 유통이라고 해서 딱히 더 맛있어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냉동 식재료가 그렇듯 해동이라는 준비 과정이 한 단계 덧씌워지는 가운데, 6㎏이 넘는 칠면조라면 도전 정신을 단숨에 꺾어 버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왜 그럴까? 대장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냉동식품의 해동은 최대한 완만하게 온도 변화를 겪으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냉동실에서 바로 상온에 꺼내 놓으면 위험하니 다음의 둘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을 써야 한다. 첫째는 냉장실 해동이다. 말 그대로 별 게 없고 냉동실의 식재료를 냉장실에 옮겨 놓으면 자연스레 해동이 된다. 두 번째는 물을 활용한 해동이다. 식재료가 물과 닿지 않도록 밀폐봉투 등에 담겨 밀봉된 상태에서 찬물에 담근 뒤 해동이 될 때까지 수돗물을 졸졸 흘려 온도를 유지한다.

냉동 칠면조도 당연히 이 둘 가운데 한 가지 방법으로 해동을 시켜야 하는데, 덩치가 너무 크니 문제이다. 일단 냉장실을 쓰려면 적어도 한 칸을 완전히 비워야 되는데, 만약 냉동실과 냉장실이 수직으로 분리된 양문형이라면 비우더라도 폭이나 너비가 부족할 수 있다(물론 우리의 현실에서는 김치 냉장고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다). 한편 물로 해동시킨다면 칠면조가 완전히 잠길 만큼 큰 보냉 물통이나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공간에 두고 종종 얼음을 더해 섭씨 3도를 유지해 준다. 이렇게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나흘에 걸쳐 해동을 시켜야 칠면조가 비로소 조리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다. 아직 본격적인 조리는 시작도 안 했는데 해동만으로도 부담을 느낀대도 우리가 아닌 칠면조의 문제이니 너무 낙심하지 말자.

해동한 칠면조를 꺼내 소금물에 담가 간을 하는 염지는 칠면조의 맛도 돋워주고 식감도 촉촉하게 해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염지 

치킨의 세계에서 한창 염지가 문제인 것처럼 난리법석이 일었었다. 알고 보면 김치를 위해 배추를, 특히 요즘 많이 파는 바닷물에 절이는 제품과 같은 원리인데 왜 유해한 것으로 낙인을 찍으려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염지의 원리는 삼투압으로, 식재료와 소금물 사이의 평형을 맞추기 위한 상태 변화가 핵심이다. 식재료에서 일단 농도가 높은 소금물 쪽으로 수분이 빠져 나간 다음 둘이 평행을 이루면 그때부터 식재료로 소금물이 침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식재료의 간이 맞는 한편 조리를 해도 빠져나가지 않는 수분을 머금어 닭은 물론이고 훨씬 더 살이 퍽퍽한 칠면조의 맛도 돋워주고 오븐 조리 과정에서 촉촉함도 지켜준다.

6㎏짜리 칠면조라면 염지액은 물 3L에 소금 300g, 설탕 100g의 비율이다. 한데 냄비에 담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끓인 뒤 식혀 냉장고에 둔다. 먹기 전날 해동된 칠면조를 꺼내 넉넉하게 잠길 만큼의 물통이나 아이스박스에 담고 염지액을 부은 뒤 아주 차가운 얼음물 4L를 더한다. 염지액은 결국 짠 물이므로 세균 번식 가능성이 적지만 차가운 얼음물로 온도 상승을 막아 식품 안전에 한 켜를 더하는 원리이다. 칠면조가 떠오르지 않도록 접시나 냄비 등으로 눌러 둔다. 염지에 8~16시간이 걸리니 먹을 일자와 시간을 역산해 준비하자.

빵과 양파, 셀러리와 각종 허브나 과일 등을 버무린 ‘스터핑’을 칠면조 뱃속이나 따로 구워 곁들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굽기 

이제 어렵고 번거로운 과정은 거의 다 넘겼다. 해동과 염지를 극복한 용자라면 본격적인 굽기는 웃으며 임할 수 있다. 일단 250℃로 오븐을 예열하고 칠면조를 염지액에서 건져 찬물에 씻는다. 구이 혹은 제과제빵팬에 칠면조의 밑으로 공기 순환이 가능해지도록 식힘망을 얹고 그 위에 칠면조를 올린다. 종이행주로 물기를 말끔히 걷어낸다. 우리의 삼계탕이 닭의 배에 쌀을 채워 익히듯 원래 칠면조의 뱃속에도 ‘스터핑(stuffing)’을 채워 익히는 게 전통이다. 빵에 양파, 셀러리 등의 채소와 세이지 등의 겨울 허브를 섞어 만드는데 엄밀히 따지면 열의 통로를 막아 조리를 방해할뿐더러 익지 않은 칠면조의 수분이 배어들어 위험하므로 요즘은 따로 만드는 추세이다. 따라서 세이지와 로즈마리, 사과나 레몬 등의 과일을 가볍게 채우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다음으로 형태를 구이에 맞게 잡아준다. 덩치가 있다 보니 날개도 만만치 않게 크지만 몸통 전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구울 때 타기 쉽다. 따라서 날개를 180도 돌려 꺾은 뒤 몸통 아래로 접어 넣어 준다. 다리는 대체로 묶여 있는 상태로 출시 되는데, 아니라면 뱃속에 내용물을 채운 뒤 모아 조리용 실로 발목을 여며준다. 마지막으로 가슴살의 과조리를 막기 위해 가리개를 만들어 준다. 은박지를 넉넉하게 끊어 대각선으로 반 접어 삼각형을 만든 다음 긴 변이 몸통 쪽으로 가도록 칠면조 위에 올려 가슴살에 맞춰 모양을 잡아준다. 처음부터 쓸 건 아니지만 온도가 올라간 다음 뜨거운 칠면조에 은박지를 대고 누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마지막으로 칠면조 전체에 식용유를 고르게 발라준다. 

칠면조가 제대로 익었다면 갈비뼈를 따라 먹기 좋은 두께로 썰어 크랜베리 잼이나 각종 채소와 함께 곁들이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슴살의 가장 두꺼운 지점에 통구이용 탐침 온도계(탐침에 철선이 달려 재료에 꽂은 채로 오븐에 넣고 계량부가 밖에서 온도를 알려준다)를 깊이 꽂고 오븐에 다리 쪽부터 넣어 30분 안팎으로 굽는다. 높은 온도에서 굽기 시작하므로 껍질이 바삭하게 지져질 것이다. 30분 뒤 온도를 180℃로 낮추고 오븐 뚜껑을 열어 아까 만들어 둔 가리개를 씌운다. 탐침 온도계가 내부 온도 72℃를 가리킬 때까지 굽는데, 6㎏대라면 2시간~2시간 30분쯤 걸린다. 오븐에서 꺼낸 다음에도 남은 열로 칠면조가 익으므로 꺼내 은박지나 큰 냄비 등으로 전체를 덮어 15분 두었다가 썬다. 다리와 날개는 칠면조가 제대로 익었다면 밑부분을 잡고 위로 올리는 것만으로 관절 부위가 노출될 테니 그에 맞춰 몸통에서 떼어낸다. 한편 가슴살은 등뼈 언저리에서 출발해 니은(ㄴ)자와 비슷한 곡선을 그리며 갈비뼈를 따라 한 덩이로 썰어낸 다음 먹기 좋은 두께(1.5㎝ 안팎)으로 썬다. 

칠면조 구이를 먹었다면 후식으로 호박파이를 먹으면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칠면조는 이렇게 굽는다. 엄포를 놓은 것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다고? 지금까지 오직 칠면조 하나만 살펴 보았음을 감안하자. 굳이 정통 미국식으로 스터핑이며 채소, 더 나아가 호박파이 같은 디저트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김치와 밥을 놓고 먹기는 좀 미묘하다. 따라서 무엇이든 곁들이 음식을 만들어야 할 텐데, 무엇을 준비하든지 실제로 며칠 동안 추수감사절을 연휴로 즐기는 여건이 아니라면 칠면조와 맞물려 어려움이 기하급수적으로 덩치를 불릴 수 있다. 칠면조에 도전하는 모든 분들께 행운을 빈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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