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와 회담 못 잡아…지소미아 종료 불가피성 설득 난항 
8월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는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콕=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전 대미(對美) 설득 기회가 하나 날아갔다. 지소미아를 연장하라는 미 외교ㆍ안보 당국자들의 파상 공세 속에서다. 명분 없이 결정을 철회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설명해보려 회동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일정을 잡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강 장관이 내주 금요일 지소미아 종료(23일 0시)를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과 미국에서 만날 수 있는지 여건을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다는 걸 알고 방미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을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달 중순 칠레에서 열리려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강 장관이) 미 국무장관과 만나기를 기대했다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만남이 있을 수 있나 살펴봐오고 있었다”며 “다음 주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불발은 폼페이오 장관이 여유가 없어서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스캔들을 다루는 첫 공개 청문회가 13일(현지시간) 열리는 등 미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는 와중에 폼페이오 장관 연루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어서 다른 일에 신경 쓰기가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내 여론을 주로 의식하며 종료 결정을 고집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미국이 넌지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강 장관이 내주 방미를 추진한 건 지소미아 종료의 불가피성을 미측에 재차 설명하기 위해서였을 듯하다.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일본이 철회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거둬들이지 못한다는 게 현재 한국 정부 입장인데 일본이 요지부동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압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방한해 지소미아 연장을 우회 촉구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연례 한미 군사 당국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의장 등 미군 수뇌부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일본과의 타협 노력을 중단한 건 아니다. 당장 15일 도쿄(東京)에서 한일 국장급 외교 채널이 가동되고, 17~18일 태국 방콕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에 참가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장관을 만날 수 있다. 22~23일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간다면 강 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과 막판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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