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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조사 첫 공개청문회 “민주당이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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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조사 첫 공개청문회 “민주당이 판정승”

입력
2019.11.14 17:55
수정
2019.11.14 18:5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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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테일러(왼쪽)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부차관보가 1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우크라 스캔들 공개청문회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윌리엄 테일러(왼쪽)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부차관보가 1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우크라 스캔들 공개청문회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를 다루는 의회 공개청문회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새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를 옭아맬 결정적 한 방, ‘스모킹 건’은 아니었지만 청문 개시부터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이 폭로된 만큼 백악관과 공화당에는 험난한 탄핵 여정이, 민주당은 확실한 여론 주도권을 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5시간 넘게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 본 민주당 ‘창’과 공화당 ‘방패’의 대결에서도 민주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날 하원 청문회 증언대에 선 행정부 관리 두 명 모두 스캔들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먼저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 주재 미국대사 대행은 7월 26일 우크라 수도 키예프를 방문했을 때 보좌관이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대사와 트럼프가 나눈 대화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은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에게 바이든 수사를 종용했다는 문제의 통화가 성사된 이튿날이다. 당시 보좌관은 선들랜드 대사를 수행 중이었는데, 식사 도중 트럼프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 조사에 관해 물었고, 이에 선들랜드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수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테일러는 또 “트럼프가 우크라 측에 어떤 지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을 팀 모리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ㆍ러시아 담당 고문과 8월 22일 통화에서 들었다고도 했다.

함께 나온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ㆍ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역시 바이든 부패 혐의를 거론한 트럼프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로 수사를 하게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대 우크라이나 외교정책을 오염시켰다”고 지적했다.

새 증언을 둘러싼 양당의 공방은 치열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테일러의 폭로 내용이 전언에 불과한 ‘간접 증거’라며 트럼프를 적극 엄호했다. 데빈 누네스 의원은 “증인들이 ‘러시아 스캔들’이 끝나자 다시 형편 없는 우크라 스캔들에 캐스팅됐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테일러 증언은) 지시가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을 입증한다”며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면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언론은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청문회를 관전한 패널 의견을 종합해 “민주당이 의도대로 역사적 청문회의 스타트를 끊었다”고 총평했다. 한 패널은 “민주당 질의는 일관성이 있었던 반면, 공화당은 산만하고 방향도 잘못됐다”면서 “청문회가 당파 대결로 흘러가서는 안 되는데 공화당은 국가보다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새 증언이 트럼프를 향한 의구심을 한층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측이 탄핵국면을 반전시킬 회심의 카드로 추진한 내부고발자 증언이 불발된 것도 트럼프 입장에선 좋지 않은 신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하원 정보위는 우크라 스캔들 내부고발자를 증언대에 세우기 위한 소환장 발부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9표, 반대 13표로 부결시켰다. 공화당은 그 동안 우크라 의혹을 처음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민주당에 편향된 인사라며 탄핵조사의 순수성을 공격해 왔다. 고발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려면 그가 직접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청문회를 1분도 안 봤다”라며 짐짓 여유를 부렸지만, 잔뜩 쏟아낸 거친 언사에서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것(청문회)이 우스갯소리 같다고 들었다. 에르도안과 있어 1분도 보지 않았다”면서도 ‘마녀사냥’ ‘사기극’ 등 단어를 동원해 청문회를 강하게 비난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 역시 트위터에 “속임수 청문회는 지루한데다 납세자들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트럼프를 두둔했다. 백악관은 14일 4월 이뤄진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통화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해 반격을 꾀할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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