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세계적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그에게 아프리카는 평생을 천착한 ‘세계체제론’ 연구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세계체제론은 중심부와 주변부로 세계를 구분하고 중심부가 주변부를 착취하는 비대칭적 관계가 존재함을 규명하려는 시도다.
오늘날 세계는 근대 자본주의체제에서 후속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해온 월러스틴은 책에서 아프리카가 기존 세계의 위기를 극복할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지 모색한다. 그가 절망의 대륙 아프리카를 주목한 건 서구 보편주의 이데올로기에 덜 포섭돼 창조적 통찰과 사고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봐서다.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근본적 변혁을 추진하는 대신 선진국 따라잡기에 매달리고 있는 점을 비판한 건 그 때문이다. 월러스틴이 꿈꾼 이상적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유재건 부산대 명예교수는 추모발문에서 “자족적이고 발전의 동력이 내재적인 세계체제”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건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ㆍ성백용 옮김
창비 발행ㆍ416쪽ㆍ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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