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내재ㆍ원금 손실 가능성 20~30% 이상 해당
사모펀드 최소투자액 1억→3억 재상향… 시장 위축 우려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대규모 투자 손실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고위험 투자상품의 시중은행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다. 일반 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다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가 자칫 사모펀드 시장 전체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완화했던 규제 다시 조여

14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우리ㆍ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국채금리 연계 DLF(총 7,950억원 어치 판매)가 지난 9~10월 ‘원금 100% 손실’까지 기록하자 고심 끝에 마련한 대응책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파생상품이 내재돼 투자자가 수익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일정수준(20~30%) 이상인 금융상품이 해당된다. 금융사가 고난도 투자상품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려면 공모ㆍ사모 구분 없이 상품설명을 녹취하고, 투자 숙려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판매 자격도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요건을 갖춘 금융사 직원으로 제한된다.

시중은행에선 앞으로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가 금지된다. ‘은행 상품=원금 보장’이란 인식이 강한 점을 감안해, 은행은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강도가 높은 공모펀드 판매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다만 고난도 투자상품이라도 공모펀드라면 은행 판매가 계속 가능하다.

DLF 사태를 계기로 그간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기조에도 제동이 걸렸다. 2015년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던 사모펀드(전문투자형)의 최소 투자금액이 다시 3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4년 만에 투자액 기준을 다시 높이는 것은 그만큼 규제 완화의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사모펀드 시장까지 죽일라”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과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상향’은 막판까지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찬반이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번 대책이)정답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사모펀드의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사모펀드 형태의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권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지금은 비슷한 상품이라도 투자자 수 50인 미만의 사모펀드로 쪼개 파는 것이 가능한데, 앞으로는 이들 전체 상품을 공모펀드로 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사모펀드에는 없는 분산투자 및 정보제공 의무 등이 부여된다.

이 밖에 금융사의 설명의무에 있어서 투자자가 단순히 투자위험을 알았다고 서류에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판매직원 모두가 자필 또는 육성으로 상품 구조를 설명해야 한다. 판매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제재 수위도 강화된다.

일각에선 이번 대책을 두고 사모펀드 시장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까지 약화시킬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개인에 대한 판매 비중은 6.6% 수준이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모펀드를 활용해 사모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대안도 있어 투자 기회가 줄어들거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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