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 수험생 110명 태워 시험장으로
잔뜩 긴장한 탓에 시험장 위치를 헷갈리거나 교통정체로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을 경찰이 순찰차에 태워 사이렌을 켜고 내달리는 건 학력고사 시절부터 내려오는 진풍경이다.
강추위 속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4일 오전에도 경찰은 비지땀을 흘렸다. 서울에서만 시험장 이동 관련 112신고가 411건 쏟아졌고, 수험생 98명이 경찰의 도움으로 제 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수험표를 잃어버린 수험생 1명과 엉뚱한 시험장으로 갔던 수험생 9명도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쯤 종로구 자하문터널 안에서 “차가 막혀 시험장에 못 가고 있다”고 112신고를 한 수험생은 교통순찰대의 모터사이클(싸이카)을 얻어 타고 시험장인 용산구 용산고까지 이동했다. 수험생 부모는 “사이카 최고이고 감사하다”고 경찰에 전했다.
입실 마감 10분 전인 오전 8시쯤 중구 성동공고 교문 앞에서 급히 교통의경에 도움을 요청한 수험생도 늦지 않고 시험장인 성동글로벌경영고에 도착했다. 교명이 비슷한 두 학교는 차로 약 5분 거리다.
오전 7시 30분쯤 동대문구 해성여고에서도 헷갈리는 교명으로 착오를 일으킨 수험생이 노원구 혜성여고까지 순찰차를 타고 달려갔다.
강남경찰서 청담2치안센터는 수험생이 분실한 파우치 속에 수험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험생의 거주지로 연락을 한 뒤 시험장인 강남구 현대고 담당 교사에게 직접 수험표를 전달했다.
늦잠으로 지각 위기에 처하자 경찰을 찾은 수험생들도 있었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수험생은 경찰에 긴급이동을 요청해 서초구의 시험장까지 약 9㎞를 달려갔고, 중랑구의 수험생도 경찰 신세를 졌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수험생을 지원하기 위해 208개 시험장 주변에 417대의 순찰차와 싸이카를 배치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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