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HL1_7547] [저작권 한국일보] 황덕순(왼쪽)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찻집에서 본보 정영오(가운데), 김범수(오른쪽) 논설위원과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달 취업자는 2,751만명으로 3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15세 이상 고용률이 61.7%로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고용률은 67.3%까지 올라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9년 이후 사상 최고치였다. 이처럼 지표상 고용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일자리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통계 수치와 체감 상황간 괴리의 원인이 무엇인지, 언제쯤 국민이 체감할 만큼 일자리 상황이 나아질지, 일자리 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만나 물어보았다.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이 10일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가장 부족한 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노영민 비서실장이 “일자리가 제일 아프다”고 답했다. 그 말에 일자리수석이 가장 아팠을 것 같은데.

“당시 옆에 있었는데, 좀 당황했다. 일자리 외에도 남북관계 검찰개혁도 언급했는데, 그 중에서 최근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게 일자리여서, 그 부분을 언급하는 게 덜 아프다고 생각하시지 않았나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일자리는 경제정책의 결과물인데 그걸 아프다고 한 건 경제정책의 실패를 숨기려는 건 아닌지.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궁극적으로 민간 부문이 활성화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런데 경제지표와 고용지표가 늘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여러 경제지표가 작년보다 좀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고용지표는 작년에 비해 상당히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이다. 그리고 둘 사이 괴리가 꽤 오래 지속하고 있다. 그 원인은 좀 더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상반된 신호로 혼란스럽다. 여성ᆞ청년 고용률이 높아지고 상용직도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지만, 지난 8월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쉰다’는 사람이 217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20ㆍ30대 취업포기자가 늘고 있다.

“통계상 경제활동 상태는 크게 취업, 실업, 비경제활동 세 가지로 나뉜다. 이중 정부의 정책지표인 고용률은 15~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다. 반면 취업률과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 비율이라 비경제활동인구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는 고용률을 일자리 관련 핵심 지표로 여긴다. 최근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청년층 고용률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실업률도 많이 떨어졌다. 다만 실업률 하락은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으로 잡히고, 비경제활동으로 분류되면 안 잡힌다. 그래서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비경제활동 인구도 늘었다. 고용률이 유지된다면 비경제활동인구가 느는 것보다는 실업자가 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고용률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청년고용 문제에 대한 불만이 계속 나오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청년을 15~29세로 보는데, 청년고용률은 현재 44% 정도다. 지표상 좋은 상황이며 작년보다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정책상 43%를 44%로 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청년 입장에서 보면 100명 중에 43명이 일하다가 44명이 일하는 것일 뿐이라, 나머지 56명은 자신의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특히 청년고용의 핵심은 노동시장에 나오는 주요 연령대인 25~29세인데, 이들 고용률은 70%를 넘는다. 1년 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일을 찾지 못하는 나머지 29명은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자리 질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공무원, 공공부문, 금융기관, 대기업 등으로 제한적이다. 일자리 양극화 문제다. 이 문제도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 또 현재 25~29세 인구는 이른바 에코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로 그 앞뒤 연령대보다 인구가 많다. 그만큼 구직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에코세대 일자리 진입이 마무리되는 2022년 이후부터 2030년까지는 일자리 진입 연령인 20대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 200만명 감소한다. 인구구조만 놓고 보면 2022년 이후 일본처럼 갑자기 청년 구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과 40대의 고용지표가 좋지 않고 36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가 많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용지표 개선은 재정으로 만든 단기적 일자리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자가 8월 45만, 9월 35만, 10월 42만명 늘었다. 재정을 투입해 전년보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5만~20만명이다. 노인 일자리가 늘었다지만 월별로 10만 안팎이다. 또 재정을 투입해 늘어나는 일자리는 주로 보건 요양 등 꼭 필요한 사회복지 일자리다.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부족해 더 늘려야 한다. 제조업 소매업 일자리가 부진하지만,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이 꾸준히 줄어드는 현상은 산업구조 고도화 영향이 크고, 모든 선진국이 겪는 현상이다. 40대 고용감소는 인구감소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1~9월 40대 인구가 평균 14만5,000명 감소하고 취업자는 평균 16만6,000명 감소했다. 결국 고용감소의 3분의 2 정도는 인구감소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인구효과를 감안해도 고용률이 하락했는데, 이는 40대가 고용회복이 더딘 제조업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40대의 고용안정을 위해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등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 신설 등 구조조정 대응을 강화하고, 전직ㆍ이직 지원 등 고용지원 서비스도 확충해 나가겠다. 단시간 근로 증가는 전반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여성,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노력에도 8월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비정규직이 86만명 늘었다.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 즉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종사상 지위’를 6개로 나누는데 임금근로자 부문이 상용, 임시, 일용 3개 범주고, 자영(비임금) 부문은 고용주, 자영자, 무급가족종사자로 나뉜다. 상용직(1년 이상 근무)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정규ㆍ비정규직은 명확한 분류가 어렵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넓게 보려 하고 경영계는 좁게 보려 한다. 그런데 2002년 노사정이 모여 합의한 비정규직 개념이 있다. 한시(한시적으로 일할 것으로 생각하는 기간제 계약직 일자리 등), 시간제(전일제가 아닌 일자리), 비전형(파견, 용역, 특수형태근로, 호출근로 등) 등 3가지 범주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본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조사방식을 바꾸면서 지난달 말 발표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35만~50만명이 새로 기간제로 분류돼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이다. 명시적으로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정 기간 후에는 그만두어야 하는 것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이들 노동자들은 그동안 기간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밖에 증가한 15만명의 비정규직은 주로 노인층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와 올해 각 30만명 이상 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5%에 달한다. OECD 평균 13.2%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복지국가 역사가 짧아 노후 소득보장제도가 부족한 탓이다.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연금을 크게 늘리든지, 아니면 노인의 사회 참여를 유도해 보상하는 방법이다. 우리 정부는 두 번째를 택했다. 현재 재정을 투입해 월 30시간 정도 일하는 노인 일자리를 연간 10만개 정도씩 늘리는데, 노인이 연간 30만명 이상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이를 두고 노인 일자리로 일자리 숫자 부풀린다고 비판한다면 달게 받겠다. 정부가 나서서 꼭 늘려야 할 일자리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경제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도 고용지표는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2019-11-12(한국일보)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노노 갈등까지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노동법의 기본 정신은 상시 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든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 노동법에서 정규직은 미국보다 해고가 어렵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로 보면 중간 정도다. 정부가 모든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상시 지속적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적 접근을 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3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는 공공기관 중앙정부 자치단체, 2단계가 자치단체 산하기관, 3단계가 민간 위탁기관이다. 1단계 대상 기관이 850여개다. 이들 기관 비정규직 가운데 20만5,000명을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 그 중 19만명의 전환을 결정했고, 다시 그 중 16만명은 완료됐다. 파견ᆞ용역 계약이 종료하면 나머지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도로공사 등에서 불거지는 반발의 핵심은 자회사로 전환하는 경우다. 인천공항의 경우만 봐도 대략 정규직이 2000명, 비정규직이 8,000명이었다. 이들을 모두 본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관 사정에 맞게 직접고용을 하거나 자회사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길을 열어두었다. 선택은 해당 기관의 노사에 전문가가 참여해 기관별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로 정하도록 했다. 전체 가운데 간접고용을 자회사로 전환한 기관은 5%, 사람 수로는 20% 정도다. 비정규직 규모가 큰 기관일수록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의 경우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일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어려움은 있지만 합의를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2단계 자치단체 산하기관은 숫자는 많지만 상당수가 규모가 작다. 거기도 대부분 진도가 많이 진행됐다. 3단계 민간위탁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가장 큰 부분이 복지시설로, 사회복지법인이 하는 일을 정부가 맡아야 하는가부터 결정해야 한다.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위탁으로 유지하려 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수백 개 기관 노사의 이해가 엇갈리는 것을 조정해야 한다.“

-‘상시 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한다’는 원칙은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것 아닌가. 최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고액 수입자 중에 시간제 일자리인 ‘긱 워킹’의 선호도가 늘어가고 있다.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정규직 유도 정책이 오히려 좋은 일자리를 더 늘릴 기회를 막는 것은 아닐까. 그보다는 새로 일자리가 늘어가고 있는 ‘긱 이코노미’ 분야 종사자들의 고용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노동, 긱 워커 등 새로 출현하고 있는 일자리는 기존 특수형태고용(특고)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특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계약관계가 존재하고 있어 임금근로자로 볼 것이냐 아니냐는 계약 형태별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 요기요 배달원들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실제 일하는 방식을 검토해보고 근로계약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유사한 배달 종사자 모두를 근로자로 보긴 힘들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불안정한 노동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지대에 있기 때문에 임금근로자가 누리는 노동3권, 근로기준법, 사회보험 등의 권리를 모두 갖지 못한다. 화물차 기사 등 특고 지위를 두고 지난 20년 간 논란이 있었지만, 노사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현재 일부 특고를 대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자는 정도의 진전은 이뤘다.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재 적용 직종은 고용보험도 적용하자는 입법안을 국회에 보낸 상태다. 프랑스는 플랫폼 노동 관련법을 제정했다. 플랫폼 노동자를 비임금 근로자로 본다. 하지만 직업훈련 권리, 산재보험 권리를 인정한다. 노동권도 인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몇 가지 기준을 정한 후 이를 충족하면 임금근로자로 보는 입법을 최근 통과시켰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임금근로자, 자영업자 사이의 중간 집단을 ‘워커’(worker)로 별도 분류해왔다. 우리나라의 특고 같은 성격으로 워커에 대해서는 노동법 일부를 적용한다.“

-창업ㆍ벤처 투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고,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도 최근 2년간 3배 증가하는 등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벤처 활성화’에서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에서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전통 제조업이 어렵다 보니 신산업을 육성해 민간의 활력이 되살아나야 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 벤처와 스타트업이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면 지금 벤처가 처한 어려움은 자본보다, 혁신을 어렵게 하는 규제 등 제도적 요인이라고 말한다. 데이터 3법이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이어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규제혁신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관련법은 이미 통과됐고, 규제 자유특구가 계속 지정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새로운 벤처나 스타트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유니콘 기업이 10개인데 2022년까지 20개는 될 것으로 본다. 지금 세계 6위인데 5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은 3만6,800여개로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79만명을 넘는다. 벤처가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 공장을 2022년까지 3만개 확충하고, 관련 인력을 10만명 육성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언제쯤 일자리 사정이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을까.

“말씀드린 대로 체감은 수치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모든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민생이다. 거기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야 한다. 요즘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뷰= 김범수 정영오 논설위원

 ●황덕순(54)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와 사회적 일자리를 연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ㆍ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으로 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통령 비서실 고용노동비서관을 지냈으며, 2018년 12월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올해 7월 일자리 수석비서관으로 승진 임명됐다. 일처리가 치밀하고 신중한 진보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1984학년도 대입 학력고사 수석 이력이 늘 그를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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