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57조 ‘국회, 정부 동의 없이 예산안 증액 불가’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내년도 우리나라 살림살이 규모는 어떻게 될까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지난 11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증ㆍ감액을 최종 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습니다.

예산소위는 각 상임위 심사를 거친 정부 예산안의 세부 내역에 대해 일일이 증액과 감액 여부, 예산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작업은 계수조정이라고도 부릅니다.

예산소위는 예산안이 본회의 최종 의결을 거치기 전 최종 심사 작업을 하는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고 흔히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반쪽 짜리’ 권한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심의할 때 국회 권한으로 감액은 가능하지만, 증액 권한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증액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 동의를 받으면 증액이 가능합니다. 이 같은 내용은 헌법에 명시돼 있기도 합니다. 헌법 제57조에서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비용 명세)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정부 동의를 받아야만 금액 증액을 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죠.

정부의 동의를 받아 증액하면 될 문제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감액했다가 사이가 틀어지면 기획재정부와 증액 협상이 잘 안 될 수 있어 국회가 눈치를 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가 예산을 증액을 하려면 정부가 동의해야 하는데, 자칫 정부 예산을 깎았다간 기획재정부와 증액 협상이 잘 안될 수도 있다”며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늘리려면 기재부에 잘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어요.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려면 증액이 불가피한 만큼 ‘칼을 쥐고 있는’ 정부 예산을 함부로 줄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국회의 권한이 제한된 탓에 매년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 중 국회 심사를 거쳐 삭감되거나 증액하는 예산은 1% 안팎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죠.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등 의원 15명은 2017년 8월 국회가 정부 예산을 심사할 때 감액뿐만 아니라 증액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의 예산조정권 인정 요구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헌법 57조 재해석을 요구한 겁니다.

의원들은 헌법 57조가 국회가 지출예산 중 각 항 단위의 금액을 증액할 때 정부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므로 항의 하위 단위에서는 국회가 자율적으로 금액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새로운 비목 설치도 항의 하위 단위는 국회가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이 결의안은 2년이 넘도록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소관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예산안과 부수 법안 등의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마쳐야 합니다. 이에 따라 예산소위는 계수조정 작업을 거쳐 29일에는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입니다. 과연 이번엔 국회가 정부 예산 편성에 견제구를 던질 수 있을까요? 줄일 건 줄이고, 늘릴 건 늘리는 ‘현명한’ 국회가 될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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