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후 전북 군산 명신 프레스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일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절반을 지났다. 임기 전반기를 평가하는 의견들을 보면 조사기관이나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남북관계 정책을 잘한 정책으로, 일자리 정책을 잘못한 정책으로 꼽는 국민들이 많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는데도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건 왜 그럴까?

우선 일자리의 양적 실적은 그런대로 양호하다. 고용률이나 상용직 취업자 수는 저성장과 고령화 환경에서 선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비정규직이 다시 늘어나고 40대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인들의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인구구조상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고령화와 40대 인구의 감소 등이 진행된 결과가 반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인한 노동력 절감, 플랫폼 노동의 확산, 해외투자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원인들 외에 각종 일자리 관련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원인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 군산 등 고용위기 지역에서 정부가 주도한 지역 상생형 일자리 창출을 두고 일부 노조가 반대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촛불 정부에 대한 노조의 기대와 요구는 노동기본권의 확대라는 성과를 보였지만 반면에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은 노조의 반발로 막혀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근로시간 유연성이 줄어들었고 임금체계를 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 바꾸는 데도 반발하여 임금 유연성도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서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을 최소화하는 대신 근로시간과 임금제도의 유연성을 늘려 기업들의 고용 부담을 덜어주고 대신 고용 책임을 강화하자는 IMF 경제위기 이후의 사회적 합의가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선도해야 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1기를 마감했다. 2기 체제가 출범했지만 1기보다 못한 논의 환경 속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표성은 부족하고 1기에서 해결하지 못한 대타협 의제도 쉽게 합의를 보기 힘들 것이다. 민주노총을 배려한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을 단행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노정 연대만을 강조하는 노조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연대는 외면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자리 정책의 성과 부진에 대해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단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우상화할 필요는 없다. 불완전한 시장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합리적인 정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불완전하다. 1차 노동시장인 대기업과 공공부문, 그리고 2차 노동시장인 중소기업 자영업 및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분단돼 있고 둘 사이의 격차는 크다.

집권 전반기 노동정책이 그런 이중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시장을 시장답게 바로 세우는 공정경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임금 격차를 줄이는 대원칙으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적용되는 임금정책이 필요했다. 직무 가치에 따른 직무급은 임금 연대의 대표적인 과제다.

이런 점에서 광주나 군산 등에서 시도된 지역 상생형 일자리 정책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원하청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까지 지역 노사민정이 협력한다는 정신은 이중 노동시장을 혁신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정 연대, 노노 연대가 이런 곳에 필요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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