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하지 말고, 술술 풀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4일 오전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지만 고사장 앞은 새벽부터 응원 피켓을 들고 모인 후배들과 학부모로 북적거렸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 앞에도 동이 트기 전인 오전 5시 30분쯤부터 패딩 점퍼와 목도리 등으로 무장한 응원단이 모여들었다. 후배 학생들은 수험생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프로야구 응원가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거나 각자 준비한 구호를 외쳤다.
서울 환일고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이기수(17)군은 “수학동아리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4시간 밖에 못 자고 나왔다”며 “다음이 내 차례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 교문 앞도 뜨거운 응원 물결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반포고 1학년 현진식(16)군은 “선배들보다 더 긴장이 돼서 한 숨도 못 자고 새벽 4시에 나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수험생이 입실한 이후에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교문 앞을 서성였다. 이미영(54)씨는 “담담히 들여보냈는데 돌아서니 너무 떨려서 내가 대신 시험을 봐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딸이 경북 구미시에서 혼자 서울로 와 재수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는 김윤경(45)씨는 “머리에 좋다는 견과류와 멸치볶음을 도시락으로 싸줬다”고 말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위치를 헷갈렸다 가까스로 입실에 성공하는 ‘진풍경’은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경복고에서는 교문 폐쇄 5분 뒤인 오전 8시 15분쯤 학생 한 명이 서둘러 뛰어 들어갔다. 이 학생은 학교 후문으로 갔지만 학교 관계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입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시험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전국 86개 시험지구 1,18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응시한 수험생은 54만8,734명이다. 1교시 국어 영역은 오전 8시 40분부터 10시까지, 2교시 수학 영역은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 10분까지 진행된다. 3교시 영어 영역은 오후 1시 10분부터 2시20분까지, 4교시 한국사와 사회ㆍ과학ㆍ직업탐구 영역은 오후 2시 50분부터 4시 32분까지 치러진다. 마지막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오후 5시부터 5시40분까지 순서로 실시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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