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군으로 ‘시리아 쿠르드족 사태’를 촉발한 두 파워맨이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향해 ‘대단한 팬’이라고 환대했고, 에르도안 대통령도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두 정상은 러시아제 무기 도입 등을 놓고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터키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의 1등 공신인 쿠르드족을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강제로 쫓아내고, S-400 미사일 도입으로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미국 내 비판여론이 높은 와중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백악관행이 결국 성사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나는 (에르도안) 대단한 팬”이라고 극찬했다. 회담이 생산적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환영은 쿠르드족을 몰아낸 터키 군사작전에 대한 미 의회의 분노와 극심한 대조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본심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그는 “터키가 S-400 같은 러시아의 정교한 군사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미국)에게 매우 심각한 도전을 던진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동석해 터키의 러시아제 미사일 구매와 쿠르드족 침공 사태에 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에르도안도 지지 않고 맞불을 놨다. 그는 “양국은 대화를 통해서만 S-400과 (미국산 전투기) F-35 논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의 S-400 도입에 반발해 F-35 판매를 금지시킨 미 정부의 조치를 언급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이어 “대미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결심이 돼 있다”며 “전에도 말했고 다시 말하는데 우리는 올바른 조건이 제시되면 (미국산 미사일) 패트리엇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에르도안은 지난달 트럼프가 건넨 친서를 돌려준 사실도 공개했다. ‘터프가이가 되지 말라’며 쿠르드족 무력 진압 자제를 경고한 10월 9일자 친서다. 내용을 떠나 친서를 돌려주는 것은 상당한 외교적 결례다. 트럼프의 장기인 거침 없는 발언으로 한 방 먹인 셈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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