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1917~1995)이 유럽 유학시절(1956~1961) 한국에 홀로 있던 아내 이수자(92) 여사에게 보낸 수백 통의 편지 중 90여통을 추려 엮은 서간집이다. 그가 쓴 편지에는 유학기간 음악가로서 고뇌,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가 직접 쓴 글로 묶은 유일한 책이다. 편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약 60년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윤이상은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천재적인 음악가로 알려졌지만 고국인 한국에서는 이념 논란에 휘말리면서 정치적 탄압을 받아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역사에 묻혀 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일생을 책을 통해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아주 사적인 내용이지만 당시 백남준(1932~2006), 존 케이지(1912~1992), 칼하인츠 슈토크하우젠(1928~2007)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점과 유럽에서 바라본 한국의 상황 등이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담겨 흥미롭게 읽힌다.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윤이상 지음
남해의봄날 발행ㆍ320쪽ㆍ2만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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