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비극, 다단계 금융사기]
김현수 방배서 지능수사팀장
젊은층 주도 신종수법도 기승
“금감원, 실질적 조사권 가져야”
1조원 안팎의 사기 피해를 낸 IDS홀딩스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건과 같은 금융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저금리라는 경제 여건과 함께 진화하는 사기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사기 수사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경찰청에서 ‘유사수신ㆍ다단계수사 전문수사관 마스터’로 공인 받은 김현수 서울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에게서 원인 진단과 해결책을 들어 봤다. 그는 “유사수신 범죄는 신종 금융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수법이 더욱 다양화, 지능화 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사권 확보와, 수사기관의 적극적 피해회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다단계 금융사기가 왜 늘어나나.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서민 투자자들이 비제도권 금융기관인 유사수신업체를 찾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고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원화 하락 효과에 1998년 후반부터 주식식장이 급등하면서 주식투자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었다는 사람들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는 일반 서민 투자자들의 막연한 고수익 기대 및 투자대상 업체에 대한 맹신을 부추겼다. 대다수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비제도권 금융기관(상법상 일반 주식회사)인데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이 아닌 곳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 실질적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몫 했다.”
_IDS홀딩스나 VIK 사례에서 나타나듯, 모집책들이 새로 회사를 차려 모방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 모집에 따른 막대한 투자유치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금융피라미드 사기업체의 모집책들은 불법 영업으로 손쉽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법률적 책임과 형사처벌 수준은 미흡하다. 예를 들어, 300만 원을 절취한 경우 사안에 따라 징역 6개월 이상의 형벌을 받는 반면, 3,000만 원을 사기 치면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_금융 사기범 가운데 20대, 30대 등 젊은 층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무등록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진행하는 사업 아이템과 달리 유사수신범죄는 신종 금융기법의 발달에 따라 가상화폐, 크라우드펀딩, P2P금융, 비상장주식투자를 가장하는 등 그 수법도 더욱 다양화ㆍ지능화 되고 있다. 20, 30대는 인터넷 등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첨단 금융지식을 비교적 손쉽게 배울 수 있어 이들의 범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_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요즘 기승을 부리는 금융 사기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비상장주식투자, 크라우드 펀딩 투자, 외환(FX) 마진 거래, 핀테크 등 복잡하고 어려운 첨단 금융지식이 필요한 투자 상품을 내세우는 사기가 많다.”
_다단계 금융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과제는.
“신종 금융기법 발달에 발 맞춰 유사수신 범죄가 더욱 다양화ㆍ지능화 하고 있다. 사기업체에 의한 사기 행각이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그 피해액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경제활동 기반을 흔들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 이에 대응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실질적 조사권과 자료 제출권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유사수신범죄로 얻은 이득액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을 차등화해 처벌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불법 유사수신범죄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보전조치를 하고, 이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피해회복 노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대형 금융투자 사기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유사수신범죄에 대해서는 금감원, 경찰,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이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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