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스캔들 공개청문회 전환… TVㆍSNS로 ‘창과 방패’ 생중계
경질당한 볼턴 “트럼프 외교, 개인 이해 따라 해” 출석 여부 관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12일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활주로를 걷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몬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미 의회의 탄핵 조사가 13일(현지시간) 공개 청문회 전환과 함께 ‘본 게임’으로 접어들었다. 앞서 진행된 비공개 청문회와는 달리, 이제는 TV와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는 민주당의 ‘창’과, 그를 지키려는 백악관ㆍ공화당의 ‘방패’가 벌이는 대결을 직접 지켜보게 된 것이다. 탄핵 조사 절차가 시작된 지 약 7주 만이다.

이번 공개청문회는 사실상 여론 흐름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강대국 최고 지도자’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9월 ‘트윗 경질’을 당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비공개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사실도 전해져 그의 출석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아울러 ‘내치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외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공산이 커진 터라, 북한 비핵화 협상 등 미 정부의 대북 정책도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ㆍ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을 증인으로 불러 공개청문회를 열었다. 지난달 비공개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군사원조를 미끼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두 사람은 이날도 동일한 증언을 쏟아냈다. 테일러 대사 대행은 “고든 선들랜드 주유럽연합 미국 대사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은 바이든 조사’라는 말을 들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 채널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두 개가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가 비정상적 채널의 핵심” 등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오는 1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맞서다 전격 경질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도 출석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지난 7월 25일 미-우크라이나 정상 간 통화를 비롯, ‘바이든 조사’를 거듭 요구하며 군사 지원을 보류한 게 대통령 권한남용은 물론, 뇌물수수에도 해당한다는 걸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어려운 라틴어인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ㆍ대가)’ 같은 말 대신,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강요’나 ‘뇌물’ 같은 용어를 사용할 방침이다. CNN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의 결정적 단계는 트럼프가 외국 권력자에게 ‘호의’를 구하며 자신의 권력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며 “탄핵 청문회는 러시아 스캔들을 통과한 대통령에 대한 가장 중요한 판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19~21일에도 공개 청문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관심의 초점은 볼턴 전 보좌관이 청문회에 출석할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숨통을 조일 ‘폭탄 진술’을 하느냐다. 이와 관련, “볼턴이 6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모건스탠리의 비공개 국제투자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결정은 개인적 또는 경제적 이해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한 NBC방송의 전날 보도는 꽤 의미심장하다. 당시 발언 취지는 터키 관련 정책 결정 비판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도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완전한 고립주의를 채택,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동맹에서 미국을 탈퇴시킬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았다. 가급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왔던 모습과는 대비된다.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군불 때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메모광인 그의 노트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런 점을 들어 “볼턴은 탄핵 조사의 최대 와일드카드”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과 팻 시펄론 법률고문 간의 ‘웨스트윙 전투’가 격화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의 내부 분열과 갈등을 꼬집었다. 멀베이니 대행은 “시펄론이 정부 당국자들의 증인 출석을 막는 데 소극적”이라 비난하고, 시펄론 고문 측은 “멀베이니 대행이 각종 실언으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백악관이 탄탄한 방어 전선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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