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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담배ㆍ도박 기업에 투자하는 연기금, 국민연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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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담배ㆍ도박 기업에 투자하는 연기금, 국민연금뿐”

입력
2019.11.14 04:40
수정
2019.11.14 11: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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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지속가능한 장기 수익 실현 위해 사회적 책임 투자 필수”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려야 하므로 문제가 있는 기업에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개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려야 하므로 문제가 있는 기업에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개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해외 연기금은 물론 세계적인 민간 펀드도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아직도 담배나 도박 기업에 투자하고 있어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결실이 13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투자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공청회 전날인 12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해외에선 연기금은 기본이고 민간운용사도 ESG를 투자의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적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와 달리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수익 실현’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2년을 맞아 진행한 이날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기업 가치를 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수익률 성과, 인력 확충 문제 등에 대한 견해도 적극 피력했다. 다만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절했다.

_취임 2주년을 맞은 소회는.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안정적 기금 운용체계 △금융생태계 조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는 연금개혁을 말하는데, 과거와 달리 재정 안정과 노후 보장을 둘 다 추구하는 방안을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만들어 낸 것이 성과라 볼 수 있다. 정부가 낸 4개 안을 바탕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수안과 소수안을 냈다. 이것으로 지속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본다. 이것을 가지고 국회가 책임 있게 논의해 결정하면 되는데, 총선 때문에 어렵다면 선거가 끝나고 초당적으로 논의하면 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지금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_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경사노위 다수안에 대한 의견은.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마련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경사노위 다수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높이고 현재 9%인 보험료율은 5년마다 1%포인트씩 12%까지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캐나다에서도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연금개혁을 성공시킨 전례가 있다. 특히 여태까지 연금 개혁 때 단 한 번도 보험료 인상에 동의한 적이 없는 노동계마저 이번에는 동의했다는 것은 큰 의미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_‘안정적 기금운용’을 위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조해왔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지난 정부 때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삼성합병에 동의한 트라우마는 치명적이었다. 정부가 내 노후자금을 지켜주지 않고 손해를 끼쳤다는 인식을 국민이 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현 정부가 추진했고, 현재 다양한 제도 개선으로 독립성은 확보됐다고 자신한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내용과 실적을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0.92% 손실(5조9,000억원)을 봤지만 이는 전 세계 연기금 중에서는 가장 선방한 축에 속한다. 일본공적연기금은 7.7%의 마이너스가 났다. 올 들어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에서 성과를 내 8월 말 현재 8.31%의 수익을 내고 있다.”

_‘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있다.

“왜 책임 투자나 스튜어드십 코드 같은 것이 나왔는지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700조나 되는 국민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석유나 석탄산업 같은 환경을 해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투자하면 국민연금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세계 연기금들은 담배 기업에 투자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담배는 물론 도박기업에까지 투자한다. 이런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보니 다른 기업에 비해 높지 않다.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할 때 당장 우리나라부터 몇몇 종목을 빼겠다 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안 되겠지만 해외 투자부터라도 점진적으로 ESG를 고려해 할 필요가 있다.”

_전주라는 위치 때문에 전문인력 공백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주라는 지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계에 대체투자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문에서 글로벌 역량을 지닌 인력이 극히 부족하다. 그래서 인력 부족 문제는 두 가지 차원에서 대응해 나간다. 채용을 늘리기 위해 처우를 개선하고 채용이 어려운 인력은 자체 양성한다는 것이다. 기금운용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고 내년에 주니어 금융인 20명 정도를 해외로 보내 훈련시켜 금융 전문가로 양성하기로 했다. 운용인력 결원이 많다고 하는데 과거 3년 동안 12% 정도 결원이었지만 이미 올해 36명을 채용해 7% 정도로 낮아졌고 연말에 21명을 채용하면 완료된다. 국민연금 퇴직률(8%)은 운용업계 평균(12~15%)보다 오히려 낮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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