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홍콩 중문대학교 인근 지하철 역에 진입한 시위대들이 열차 안에 진입해 고의로 시설물을 파괴하는 등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면서 홍콩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13일 홍콩 시내에서는 이틀째 출근길 교통 대란을 비롯한 혼란이 이어졌다. 이에 대응해 홍콩 당국이 신임 경찰청장에 친중 강경파를 내정하고 ‘교도소 폭동 대응팀’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도 아침부터 곳곳에서 ‘여명(黎明)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시위를 벌였다. 앞서 8일 시위 현장에서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씨를 추모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한편, 파업 시위에 대한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밤사이 역사에 진입한 시위대는 차량 시설물을 파손하고 철로에 벽돌과 의자 등을 던져 지하철 운행을 막았고, 일부 운행 노선에서도 차량과 승강장 사이를 막아 탑승을 방해했다.

도로 위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시위대가 곳곳을 바리케이드로 막아 놓은 탓에 70개 버스 노선이 운행을 멈추면서 출근길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지하철 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직장인 웡씨는 “40분을 기다렸는데 택시가 한 대밖에 오지 않았다”며 “200홍콩달러를 얹어 줘도 차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시민은 “시위대의 의도를 잘 알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며 지지를 보냈다고 SCMP는 전했다.

당초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폭도들이 쳐 놓은 덫에 걸려들지 않겠다”며 버텼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반발에 교육 당국은 결국 14일까지 임시휴교령을 내렸다. 또 이날 교통이 마비되면서 HSBC,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 주요 18개 은행의 지점 250곳도 문을 닫았다. 전날 캠퍼스에 진입한 경찰과 학생들 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를 비롯, 주요 대학도 수업을 줄줄이 취소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무장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문대에선 학생들이 화염병뿐 아니라 불을 붙인 화살과 대형 새총 등으로 경찰의 진압에 맞서기도 했다. SCMP는 홍콩에서 유학 중이던 중국 학생들이 신변의 위협을 호소하며 인접한 중국 선전 지역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콩과 중국 정부는 시위대를 향한 경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오는 18일 퇴임하는 스티븐 로 경찰청장 후임으로 강경파인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을 임명하겠다는 홍콩 당국의 요청을 승인했다. 탕 차장은 시위 초반인 6월부터 경찰의 ‘타이드 라이더’ 대응작전을 이끌며 수천 명에 대한 체포와 실탄 진압을 허용한 장본인이다. 또 고위 경찰 소식통은 신문에 조만간 80명 규모의 경찰특공대가 시위 현장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이들은 교도소 내 폭동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훈련을 받은 정예요원으로, 행정장관 관저 등 요주의 장소에 배치돼 시위대와 대치할 전망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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